[기업]“손보사 ‘배짱약관’고쳐라”…소보원 시정 촉구

  • 입력 2002년 3월 7일 17시 32분


30대 농부가 시골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해 입원했다고 하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약관에 따라 이 농부의 월 소득을 79만9750원으로 추산해 보험금(소득 손실액)을 지급하고 있다. 그나마 소득의 80%만을 인정해 지급하므로 실제 농부가 받는 돈은 월 소득 기준으로 최대 64만원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농부가 소송을 건다면 그가 받을 돈은 128만3375원으로 두 배 정도로 많아진다. 법원은 농부나 가사노동자 등 월 소득이 없거나 일정하지 않은 이들의 소득을 손보사보다 훨씬 높게 잡으면서 100% 인정하고 있다.

‘소송해라, 그러면 주겠다’는 식으로 운영되는 손보사들의 ‘배짱 약관’이 도마에 올랐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7일 손보사들이 법원의 판결 기준에도 못 미치는 약관을 사용해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시정을 촉구했다.

소보원은 “소송을 하고 싶어도 소액이어서 변호사 찾기가 어려운 데다 시간적 손해까지 감수해야 해 대부분 그냥 포기하는 것을 손보사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보원은 배짱 약관의 예로 △20세 이상∼60세 미만의 교통사고 사망자에 대한 위자료 한도액을 3200만원으로 정한 것 △동승자 피해 보상시 100%까지 하는 감액 조항 △중간 이자를 공제할 때 이자를 복리로 계산해 떼는 것 등을 들었다.

반면 법원은 △사망자 위자료로 5000만원을 기준으로 삼고 △동승자 감액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극히 일부분만 인정하며 △중간 이자를 뗄 때 단리로 이자를 계산한다.

소보원 관계자는 “보험사의 자의적 해석과 보험금의 저가 산정 등 자동차보험 약관과 관련된 분쟁이 늘고 있다”며 “법원의 판결 기준에 맞도록 약관을 재정비하고 분쟁이 빈발하는 후유 장해 인정방법 등 여러 분야에 대해 객관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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