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기회복 한국기업들 日중고기계 구입 붐

  • 입력 2002년 3월 7일 18시 20분


국내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한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제조업 생산설비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들이 장기 불황에 시달리면서 생산설비를 외국에 팔아 넘기는 것은 외환위기 직후 한국 기업이 중국과 동남아에 생산설비를 판 것과 같은 현상으로 이를 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사들이고 있는 것.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조업 가동률이 높아지자 한국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일본산 기계류를 대거 구입하고 있다. 매입은 대부분 경매나 공매를 통해 이뤄진다.

기계설비 유통업체인 부산 삼광기공 관계자는 “올해 들어 일본 중고기계를 경매를 통해 사달라는 주문이 20% 이상 늘었다”며 “주문처는 주로 수도권 공단에 있는 중소기업들”이라고 전했다.

일본 중고기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운송기간이 짧고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기 때문. 서울 인왕무역 김영현 사장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단기간에 생산설비를 확충하려는 기업은 기계를 새로 주문할 경우 제작기간만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중고기계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일본 제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중고기계라도 품질이 아주 좋을 뿐만 아니라 공급이 넘쳐 가격도 싼 편이다. 펀칭기의 일종인 NCT 신품은 3억∼4억원을 호가하지만 일본에서 경매로 구입하면 1억500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경매는 한국의 알선업체가 일본 기계협회 회원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주문이 밀린 알선업체가 제때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 직접 일본에 건너가 경매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올 1월 일본에서 수입한 기계류는 5억9600만달러 규모로 작년 12월(3억3600만달러)보다 77% 늘었다.중소기업청 기업진흥과 박영수 사무관은 “외환위기 때만 해도 한국 기업들이 알짜배기 기계 설비를 중국이나 동남아에 헐값에 팔아 넘겼는데 요즘은 설비를 다시 들여오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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