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권순활/CEO에게 박수를…

  • 입력 2002년 3월 10일 17시 35분


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한창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임원진 재편과 세대교체에 나서고 있다. ‘공격 경영’을 위한 최고경영자(CEO)들의 전면 배치도 눈에 띈다.

삼성은 임원 인사를 마친 데 이어 의사결정의 최고협의기구인 ‘5인 구조조정위원회’를 재정비했다. 원로급 3명이 물러나고 배정충(裵正忠) 삼성생명 사장 등 최근 주목받는 CEO 3명이 새로 위원에 선임됐다. ‘이건희(李健熙) 체제’ 이후 삼성을 이끌어갈 40, 50대 리더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LG는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보수와 안정’의 이미지를 벗어나 ‘1등 LG’를 향한 진취적 성향의 CEO가 중용되고 있다. 지주(持株)회사 도입과 LG전선 등 일부 비(非)주력 계열사 분리작업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정보기술(IT) 부문의 성공적 육성을 통해 그룹 위상이 크게 올라간 SK와 ‘왕자의 난’ 진통을 딛고 일어선 현대자동차도 임원진 재편을 끝내고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한진 한화 두산 한솔 등도 체질 개선 및 세대 교체를 통해 도전에 나섰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CEO들의 위상 강화. 실력과 패기로 무장한 전문경영인의 위상과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매주 화, 목요일 두 차례 연재중인 ‘2002 대기업 리더들’ 시리즈에 대한 경제계 및 직장인들의 반응은 이를 기획, 취재하는 기자들도 놀랄 만큼 폭발적이다.

기업 관계자들은 “새로운 ‘경제계 파워엘리트’의 흐름을 알 수 있어 다른 회사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정독(精讀)한다”고 말한다. CEO를 꿈꾸는 직장인들은 “비(非)오너 출신 CEO들의 성공 스토리에서 미래를 위한 다짐과 교훈도 얻는다”고 전한다.

한국의 국부(國富)를 만드는 주역은 기업과 기업의 임직원들이다. 특히 격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CEO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이들의 역할에 비해 정당한 대우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기업지배구조 사안에 대한 지나친 강조 때문에 경영자들을 무조건 폄훼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CEO들의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지금은 이들에게 격려를 보내야 할 때다.

기자는 도쿄특파원으로 일하던 1999년 8월 경제 사회평론가 출신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 당시 일본 경제기획청 장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인상깊게 기억한다.

“일본 사회가 무기력해진 것은 리스크를 꺼리고 기업인에 대한 존경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가야할 방향은 빌 게이츠가 대장성 사무차관보다 더 존경받는 사회입니다.” 그의 진단과 해법을 오늘의 한국 사회에 적용하더라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권순활 경제부차장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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