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소비, 증시를 중심으로 체감경기가 뚜렷이 호전되는 가운데 경제활동의 핵심주체인 기업들이 사업계획 조정에 나섬에 따라 전반적인 경기회복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10일 경제계에 따르면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요 업종의 대기업들은 최근 올해 투자 및 매출목표를 연초 계획보다 7∼50%씩 늘려 잡았고 향후 경기흐름에 따라서는 더욱 공격적인 경영에 돌입할 태세다.
1월에 연간 총 투자규모를 3조원으로 발표한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주주총회에서 투자계획을 3조2000억원으로 올렸다. 이윤우(李潤雨) 사장은 최근 다시 반도체와 LCD 부문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연간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G화학 노기호(盧岐鎬) 사장은 지난달 말 월례회의에서 4개 본부장에게 “작년 10월에 작성한 올해 사업계획을 3월말까지 상향조정해 다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노 사장은 “9·11테러 사태 직후 세계경기가 불안할 때 짠 사업계획서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지금은 의미가 없어져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사업본부는 5∼10% 정도 매출과 영업이익을 높여 잡을 예정.
대우조선은 올해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 예산을 작년(1900억원)보다 50% 늘어난 2873억원으로 잡았다. 포항제철도 하반기부터 철강수요가 늘 것에 대비해 광양제철소의 설비 합리화 공사에 들어가는 등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생산공장들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체 공장의 생산능력을 10% 늘리기로 했으며 LG전자 휴대전화 사업부는 지난해 700만대 수출에서 올해는 1100만대를 목표로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PC용 컬러브라운관 등 디스플레이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SDI 부산공장은 연초부터 주문이 밀려들면서 7500명의 전 직원이 휴일을 반납하고 3조 2교대 체제로 24시간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작년 한달 평균 90만대 수준이던 생산량이 1, 2월에는 각각 110만대를 넘어섰다.
실제로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말 이후 급상승하고 있고 휴대전화와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은 공장을 100% 가동하는 데도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많다.
그러나 아직 수출이 여전히 작년 대비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고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내수 확대에 대한 전망도 엇갈려 ‘과잉 기대’에 따른 거품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