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도권의 생산 현장인 인천 남동 공단과 경기 시흥, 안산의 시화 반월공단 업체들은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인력을 새로 뽑고 있다.
현장취재 결과 아직 꽃이 활짝 피어난 것은 아니지만 차가운 겨울 땅을 헤치고 고개를 내밀고 있는 새싹은 확인할 수 있었다.
▽주문량 밀리는 기업들〓제품 포장재는 경기의 바로미터 중 하나. 시화 반월공단 내 형제포장은 올들어 매출이 작년보다 30%가량 늘어났다. 건축용 수도꼭지, 자동차용 동파이프 등의 포장재 수요가 특히 많아지면서 일손이 많이 달린다. 이순이 사장은 “1월에 직원을 두 명 채용했지만 그래도 일손이 모자라 다섯명 정도 더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공단의 기계설비제조업체인 KPA 엔지니어링은 요즘 늘어나는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 작년보다 주문량이 60%나 늘어났다. 하청업체에 주는 주문량을 작년보다 갑절 늘렸지만 본사가 처리해야 할 물량이 계속 밀려 있다. 퇴근 시간은 오후 6시에서 9시 이후로 늦춰졌다. 토요일도 오후 4∼5시까지 잔업을 한다. 이 회사 조성오 사장은 “자동차 부품이나 금속관련 회사, 그리고 건설관련 공장에서 기계 설비 주문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수치상 다소 호전〓3600여개의 업체가 있는 인천 남동공단. 입주업체와 가동업체가 올들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7%와 9% 늘었다. 생산액과 수출액도 10%와 7%씩 증가했다.
3D업종의 인력난은 고질 현상이지만 공단 업체들은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달에도 공단 내 업체들은 기계 용접 프레스공과 단순노무직을 103명 채용하려고 했으나 20여명 밖에 뽑지 못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 기업지원2팀 김용주 부장은 “업체들을 방문해보면 ‘이제 최악을 벗어났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인천항의 주요 하역업체인 대한통운 서광 동부건설 등의 하역물량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미국 유럽 중국 등으로부터 컴퓨터 기기 등의 수요가 늘면서 관련 부품업체가 많은 남동단지의 수출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활기 느껴지는 공단 주변〓시화 반월공단의 경기회복은 공단 업체들이 많이 이용하는 기업은행 반월중앙지점의 대출과 연체 실적에서도 알 수 있다. 작년 동기 대비 기업대출은 20%정도 늘어난 반면 연체비율은 2%대에서 0.6%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은행 김재정 과장은 “기업들이 실적이 좋아지면서 돈을 제때 갚기 때문에 연체율이 낮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남동공단 내 의자 제조업체인 혜성산업은 올해 매출이 많이 늘면서 지난달 2월 설 상여금을 작년보다 2배로 늘렸다.
‘호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서 공단 부근 연수동의 술집과 식당들의 손님도 늘어났다. 공단 주변 식당 주인들은 “손님들이 몰릴 때에는 앉을 자리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공단으로 원료와 제품을 실어 나르는 화물차량도 증가세다. 도공 서안산 영업소에 따르면 시화 반월공단 입구인 서안산 톨게이트를 이용한 2.5t 이상 화물차량 숫자는 올해 1월 21만4000대, 2월 17만9000대. 이 영업소에서 일하는 이승찬씨는 “화물차량 운행이 적은 겨울철 통행량으로는 많은 편”이라며 “올 2월의 경우 업체들이 설 연휴로 일주일을 쉰 걸 감안할 때 상당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아직 그늘도 많다〓그러나 아직 경기가 본격 회복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작년 초와 비교하면 호전됐지만 지난해 상반기 경기가 워낙 안 좋았던 걸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업종별로도 편차가 많다. 남동공단의 경우 전기 전자 기계 등은 생산이 늘었지만 목재 종이와 가구제조업종은 오히려 생산이 줄었다. 일용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파견하는 인력회사들도 “최근 파견 인력이 특별히 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남동공단 김용주 팀장은 “양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지, 아직 그늘도 많다”고 말했다. 일부 업종과 업체들에 찾아온 봄기운이 생산현장 전체로 스며들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인천·안산·시흥〓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