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 리베이트' 처벌 흐지부지…작년11월이전 계약 조사않기로

  • 입력 2002년 3월 10일 18시 42분


손해보험회사의 리베이트 제공 관행을 뿌리뽑겠다던 금융당국의 단속 의지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0일 “11개 손해보험사가 작년 12월 이후 3개월 동안 임직원이 체결한 계약을 대리점이 한 것처럼 위장한 계약 1633건을 자진 신고해왔다”며 “위장계약을 정상계약으로 환원시키고 리베이트 27억원을 다시 거두어들이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자진신고 건 이외에 리베이트 제공 계약이 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11일부터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 밝혔다.

상당수 손보사는 임직원이 체결한 보험계약을 대리점이 유치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서류에는 본사가 대리점에 수수료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놓고 이 돈을 보험계약자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해왔다. 손보사의 리베이트 금액은 연간 70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금융연구원의 추산.

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치를 리베이트에 대한 금감원의 단속의지가 상당부분 후퇴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말 각 손보사에 “손보사가 2000년 말부터 대리점 위장계약을 통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모든 계약내용을 금융감독원에 자진 제출할 경우 문제삼지 않겠다”며 “자진신고 후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신고하지 않은 리베이트가 적발될 경우 엄중 처벌하겠다”고 알렸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마감시한인 2월20일까지 단 한군데도 자진신고하지 않았었다. 대신 손보사 사장단은 마감일에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 면담, “금감원이 리베이트에 대한 행정처벌은 면죄부를 줄 수는 있지만 검찰과 국세청이 이 자료를 토대로 세금을 매기거나 형사적으로 처벌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료를 내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금감원과 손보업계는 결국 ‘손보사가 작년 12월 이후 체결된 위장계약건만 제출하며 자진 제출한 위장계약건은 문제삼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보험업계의 자신신고 액수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금융권의 지적.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손보사의 연간 리베이트가 7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되는데 최근 3개월간의 리베이트가 27억원이라 신고한 것은 보험업계가 금감원의 요구에 성의표시를 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단속이 결국 솜방망이로 변질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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