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기업 리더들⑦]LG그룹의 두 축-화학, 전자

  • 입력 2002년 3월 11일 18시 06분


LG그룹의 두 축은 LG화학과 LG전자다. 화학을 모태로 출발해 전자로 그룹의 형태를 갖췄기 때문에 이 두 회사는 LG의 인재를 배출하는 ‘사관학교’ 역할을 맡아왔다.

화학과 전자 출신의 여러 경영인들은 두 주력기업은 물론, 그룹 내 다른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관련기사▼
- 주력사사장들 대부분 구조조정본부 출신

구본무(具本茂) 회장을 보좌해 화학 분야의 큰 그림을 그리는 성재갑(成在甲·화학) LG CI 부회장과 ‘48년생 서울대 상대 3총사’로 불리는 강유식(姜庾植·화학) 구조조정본부장, 이헌출(李憲出·화학) LG카드 사장, 남용(南鏞·전자) LG텔레콤 사장 등이 모두 화학이나 전자 출신이다. 정병철(鄭炳哲·화학) LG전자 총괄사장은 화학에서 출발한 ‘재무통’으로 지금은 LG전자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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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거쳐야 사장자격”▼

같은 회사에서 함께 성장하면서 선후배 관계의 인연을 맺어온 이들은 매끄러운 팀워크를 통해 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산현장 중시하는 화학출신 경영진〓대표적인 장치산업인 화학은 생산이 핵심 부문인 만큼 CEO 재목(材木)들에게 현장에서 철저히 ‘기본기’를 가르친다.

구자경(具滋暻) 명예회장은 현역 시절에 “공장장을 거치지 않으면 사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을 정도.

화학 부문 CEO들의 면면을 보면 공장→제품개발, 또는 생산기획→관리 등의 코스를 거친 CEO들이 많다.

화학 부문의 ‘좌장(座長)’인 성재갑 부회장은 물론 노기호(盧岐鎬) LG화학 사장, 조명재(趙明載) LG생활건강 사장, 정두호(丁斗鎬) LG실트론 사장, 김반석(金磐石) LG석유화학 사장 등 ‘성재갑 사단’의 상당수 CEO가 생산현장에서 경영감각을 키웠다.

성 부회장은 63년 LG화학의 부산 연지공장에 입사해 79년 본사 사업부장(이사급)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16년 동안 생산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공장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뚫고 있다.

플라스틱가공 사업부장 때는 사업부 내 핵심과장이었던 노기호 개발과장(현 LG화학 사장)과 호흡을 맞춰 당시 공전의 히트를 쳤던 바닥재 ‘럭스트롱’을 개발해 적자 부서를 흑자로 돌려놓았다. 90년대 초 LG석유화학 사장 시절엔 구자경 명예회장의 특명을 받아 전남 여수에 나프타 분해공장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성 부회장의 부산대 화학공학과 6년 후배인 정두호 사장은 성재갑-노기호의 뒤를 잇는 대표적인 ‘생산통’ CEO. 70년 부산 동래공장에 입사해 18년간 청주공장, 울산공장 등 전국의 주요 공장을 두루 돌며 현장감각을 키웠다.

김반석 사장은 진해화학에서 생산공정관리를 담당하고 한국화인케미칼에서 생산부장을 지내다 84년 경력직으로 입사, LG화학의 폴리에틸렌 사업을 정착시킨 1등 공신이다. 86년부터 7년간 뉴비즈니스플랜실에서 신사업 프로젝트를 기획하다 91년부터 6년 동안 여수 폴리에틸렌 초대공장장을 지내는 등 기획력을 인정받아 화학 부문의 대표적인 CEO 반열에 올랐다.

김정만 사장은 화학에서 줄곧 재무업무를 담당했으며 99년 산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엘리베이터 사업, 자판기 사업 등 굵직굵직한 부문을 매각해 ‘구조조정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75개 해외법인 진두지휘▼

▽글로벌경영의 전자〓LG전자는 세계 각지에 75개의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기업답게 국제적 감각을 CEO가 갖춰야 할 최고 덕목으로 삼고 있다.

상당수의 전자 출신 CEO는 해외법인에서 국제감각을 얻은 뒤 본사에서 관리능력을 익혀 CEO 자리에 올랐다.

전자가 배출한 최고의 경영인이라는 노용악(盧庸岳) 중국지주회사 부회장이 미국 판매법인의 초대 법인장 시절에 판매과장이었던 이덕주(李德柱) 미국법인장은 입사 후 18년간을 해외에서 보낸 국제통이다. LGIBM PC의 초대 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10월 디지털 TV의 미국시장 개척이라는 특명을 받고 미국으로 특파됐다.

허영호(許永鎬) LG이노텍 사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81년부터 5년 동안 일본에서 일했던 시기가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신(新)기술의 중심지인 일본에서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교분을 갖고 풍부한 해외 실무경험을 쌓았던 것이 큰 자산이 됐다는 것. 글로벌 CEO에 걸맞게 ‘먹지 않으면 잡아먹힌다(eat lunch or be lunch)’라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격언을 경영 키워드로 삼고 있다.

LG전자 디스플레이 미디어사업본부장인 우남균(禹南均) 부사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수출 부서를 자원, 17년간 미국 프랑스 등지에서 근무한 국제파 경영인. 특유의 리더십과 친화력은 국제 무대에서도 발휘돼 컴팩 IBM 애플 게이트웨이 등 굵직굵직한 바이어를 유치했다.

김선동(金宣東) LG니꼬동제련 사장은 일본의 주요 기업과의 폭넓은 교류를 맺어온 그룹 내 대표적인 일본통.

65년 LG전자에 입사해 기획조정실을 거쳐 유통으로 자리를 옮긴 강말길 사장은 매년 3, 4차례씩 미국 유럽 등을 방문, 유통산업계를 돌아다니며 전자에서 익힌 글로벌 경영방식을 유통에 접목시키고 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LG화학 출신 주요 최고경영자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지
LG전자사장정병철56경복고, 연세대 경영학경남 하동
LG산전사장김정만55부산고, 부산대 경영학울산
LG실트론사장정두호58경남고, 부산대 화학공학부산
LG석유화학사장김반석53경기고, 서울대 화학공학서울
LG화학부사장이상규56경기고, 서울대 영어영문학서울

LG전자 출신 주요 최고경영자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지
LG유통사장강말길59통영고, 부산대 경영학경남 통영
LG니꼬동제련사장김선동60대전고, 인하대 전자공학충남 논산
LG이노텍사장허영호50오현고, 서울대 전자공학제주
LG전자부사장우남균53보성고, 서울대 물리학경북 영주
LG전자미주법인장이덕주55전주고, 서강대 영어영문학전북 익산

자료: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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