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직도 한국 증시에는 장기투자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장기투자가 가능해져야 주식투자가 투기판이 아닌 건전한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
물론 전제는 있다. 그저 유명한 주식을 대책 없이 사서 묻어두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장기투자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회사의 주인이 돼라〓대학생 김민국씨(23)가 지난해 겪었던 투자 경험담. 보유 종목 중 한 회사가 복지기금을 과다하게 책정하는 등 경영 투명성에 문제가 생겼다. 실적에 비해 배당이 지나치게 낮았던 점도 문제. 그래서 그는 이 회사에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그는 금감원 관계자 및 시민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고 회사의 주식담당자에게 요구사항을 밝히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그와 소액주주들의 이런 노력 덕에 이 회사는 주주총회에서 “더 이상의 복지기금 증여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고 배당도 올렸다.
김씨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기업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을 샀으면 주인으로서 잘못된 점은 지적하고 잘 한 점은 홍보해야 한다. 그게 바로 뜨내기 투자자와 장기투자자의 차이”라고 말했다.
우량주 장기 투자로 미국 증시의 전설이 된 워런 버핏. 그는 ‘언젠가 팔 주식’이 아니라 ‘영원히 보유하고 싶은 주식’을 고른 뒤 그 회사의 주인으로 행동했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코카콜라와 질레트의 최고경영자를 경질한 것은 유명한 일화.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버핏처럼 회사의 주인 노릇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회사의 가치에 투자하는 장기투자자라면 적어도 ‘나도 회사의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
▽보유 종목을 줄여라, 그리고 공부하라〓회사의 미래를 사는 투자, 즉 장기투자의 기본은 보유 종목을 줄이는 것. 싸고 좋아 보인다고 많은 종목에 투자하면 그 회사에 대해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적어도 자신이 투자한 종목에 대해서는 경영자의 경력과 능력 및 매출 구조, 시장의 특성과 회사의 재무정책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영수 동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단 몇 개의 종목이라도 투자자가 철저히 공부해 그 회사의 미래가치에 확신을 갖고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름 외에는 회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가 그 회사 주식을 1년 이상 갖고 있는 것은 장기투자가 아니라 도박쪽에 가깝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