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기부양에 매달려온 정부도 이런 우려를 반영, 최근 경기운용 기조에 미묘한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장승우(張丞玗) 기획예산처 장관은 1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한국경제에 작년 4·4분기(10∼12월)부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재정투자를 조기에 집행하기보다는 상 하반기에 균형 있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장관의 이런 발언은 올 상반기 중 재정 자금을 가급적 조기에 집행하겠다는 기존 방침과는 다르다. 정부는 지난해 미국 9·11테러 이후 급락하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올 재정자금의 65% 정도를 상반기에 집행하겠다고 밝혀왔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재정투자 사업은 주로 과열양상을 보이는 건설부문에 국한돼 있다”며 “지난해와 달리 재정을 조기 집행하도록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는 “한국 경제가 과열을 우려할 때는 아니다”며 “전체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을 검토할 때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경기점검과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경기가 내수만으로 급상승하고 있어 수출이 본격 회복되면 버블(거품)화가 우려된다”는 경고와 함께 “2·4분기(4∼6월) 중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대응방안도 내놓았다.
삼성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수출이 본격 회복되지 않더라도 1·4분기(1∼3월)에 6%대의 성장률을 보여 잠재성장률인 5∼6%를 넘어서게 된다. 따라서 수출이 늘어나면 경기상승 기대심리가 퍼져 주식 및 부동산을 사들이고, 이것이 다시 자산가치를 끌어올리는 거품이 생긴다는 것.
이 연구소의 황인성(黃仁星) 수석연구원은 “지금 상황은 주택 200만가구 건설 등으로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급등했던 1980년대 말과 비슷하다”면서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경기가 급상승할 경우 자산가격의 거품이 꺼지면 장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연구소는 따라서 “‘버블현상’이 실물경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향후 거시정책을 ‘경기부양’에서 ‘경기관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연간 예산의 65%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했던 예산 지출을 재검토하고 소폭의 단계별 금리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1980년대말과 현재의 경제 상황 비교 | ||
1989년 | 2002년 3월 | |
경기 상태 | -확장 초기-1989년 7월 저점 통과후 확장 | -확장 초기-2001년 3·4분기 저점 추정 |
정부 정책 | -주택 200만 가구 건설-금리 15∼16% |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금리 6∼7% |
자산 시장 | -주가급등:종합주가지수 525.1(88년1 월)→918(89년말)-지가 급등:86∼89년 107% 상승 | -주가 급등:460(2000년9월)→840대 (2002년 3월)-아파트가격 급등 :2월중 22.5% 상승 |
후유증 | -물가상승: 5.7%(87년)→9.3%(91년)-경상수지 적자로 전환-경기하락: 92년 성장 5%대로 하락 | -자산시장 버블, 경기과열 우려-가계부채 증가로 지속성 한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