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창투사 경영진 '줄행랑'

  • 입력 2002년 3월 14일 00시 12분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창업투자회사의 외국계 경영진이 거액의 자금을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에 투자한 뒤 감독기관의 공시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사라져 파문이 일고 있다.

작년 3월 미국계 펀드가 광은창투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옵셔널벤처스는 경영진이 회사를 ‘껍데기’만 남겨놓고 사라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취리히캐피털과 블랙스톤얼터너티브 등 2개 미국계 펀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회사가 전체 투자대금 210억원 가운데 180억원을 실체를 알 수 없는 회사에 투자했다는 점. 이 회사는 1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지난해 말 모두 8개의 외국계 회사에 179억5000만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코스닥증권시장이 이달 초부터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옵셔널벤처스측에 조회공시를 요구했으나 옵셔널벤처스는 “8일 이사가 해임됐다”는 내용만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리고 완전히 연락을 끊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도 모든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이다. 코스닥증권시장은 7일 이 회사 주식의 매매거래를 정지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청은 13일 이 회사의 창업투자회사 등록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중기청은 25일 청문회를 열어 회사측 의견을 들은 뒤 등록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나 회사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중기청은 “조사 결과 이 회사가 투자한 8개 기업의 정체를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밝혀 이 가운데 상당수가 유령회사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옵셔널벤처스는 또 6일 대표이사인 스티브 발렌주엘라를 해임하면서 회사 전체 자본금(877억원)의 5.2%에 달하는 46억원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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