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대상 기업이 30대 그룹의 계열사이기도 하지만 혐의 내용이 그동안 처벌한 사례가 없던 ‘기술적인 회계분식’이었기 때문.
9개 대기업은 모두 재무제표 작성시의 기술적인 문제로 징계를 받았다.
한화 3개사, 동부 3개사, SK케미칼, 동국제강 등 8개사는 99년이나 2000년에 사들인 다른 계열사의 주식 가격과 사들인 회사의 재무제표에 기록된 장부 가격의 차이, 즉 지분평가이익을 자사의 재무제표에 한꺼번에 반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들 기업이 ‘취득 가격과 장부가치의 차이는 20년 내에 합리적으로 정액법으로 반영한다’는 회계 준칙을 자사에 유리하도록 일방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회계의 일반원칙을 어겼다고 해석했다.
이들처럼 재무제표를 작성할 경우 취득한 기업의 주가가 오를 경우 기업에 현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재무제표에는 당기순이익이 크게 발생한 것처럼 나타나 투자자들을 오도할 수 있다는 것.
황인태(黃仁泰) 금융감독원 심의전문위원은 “숫자 조작에 머물던 회계분식이 최근에는 회계기준을 부당하게 적용하는 기술적 조작형태로 변모하고 있다”며 “국제적 기준에 맞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를 단호하게 처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대기업에 널리 퍼진 ‘공격적 회계’나 ‘창조적 회계’도 처벌하겠다는 뜻이다.
LG산전은 동(銅)관련 사업부분을 일본기업에 매각한 뒤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기록된 동관련 사업의 영업권도 없애야 하는데 이를 절반 정도만 반영해 현재 없는 회사자산을 부풀린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해당기업들은 “지분평가이익을 20년 내에 반영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며반발하고 있다. LG산전측은 “영업권을 한꺼번에 털어낼 경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5년간 나누어서 반영했다”며 “당시 금감원이 내려준 유권해석에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에 고발된 4개사는 있지도 않은 자산이나 매출을 장부상에 올리는 고전적인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대한펄프는 부채 475억원을 숨겼고 흥창은 팔지도 않은 상품값 1861억원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것. 또 신화실업은 존재하지도 않는 예금 196억원이 있는 것처럼 꾸몄고 대한바이오링크는 대표가 회사돈 25억원을 횡령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7.73포인트 오른 것과는 대조적으로 분식회계혐의로 제재를 받은 기업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