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의 40대 오너들이 잇따라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보수적인 은행계와 중소기업계 등에서도 40대 돌풍이 불고 있다. 패기는 30대보다, 경륜은 50대보다 모자라지만 패기와 경륜의 조화를 무기로 ‘샌드위치’세대가 아닌 중심세대로 떠오르고 있는 것.
▽두터워지는 40대 오너 경영인층〓롯데그룹은 17일 최고경영자(CEO) 등 계열사 임원 80명에 대한 인사를 했다. 신격호(辛格浩)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辛東彬·47) 부회장 체제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한 인사라는 것이 경제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제일제당 이재현(李在賢·42) 회장은 지난달 28일 부회장에서 승진, 명실공히 그룹을 대표하는 자리에 올랐다.
한솔 조동길(趙東吉·47) 회장은 올해 초 모친 이인희(李仁熙) 고문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받았다. 또 조 회장의 형인 조동만(趙東晩·49) 회장은 한솔로부터 계열분리된 정보통신 소그룹을 맡았다.
두산그룹 박용곤(朴容昆)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朴廷原·40) ㈜두산 상사BG 사장은 지난해 10월 부사장에서 승진, 처음으로 4세 CEO시대를 열었다.
이웅렬(李雄烈·46) 코오롱 회장은 40세에 총수자리를 넘겨받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윤(金鈗·49) 삼양사 부회장과 류진(柳津·44) 풍산회장은 코오롱 이 회장, 롯데 신 부회장과 더불어 전경련 회장단에서 40대 부회장그룹을 이루고 있다.
SK㈜ 최태원(崔泰源·42) 회장과 이수그룹 김상범(金相範·41) 회장 등도 40대 오너 경영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제계 각 분야에 확산되는 40대 돌풍〓40대 오너 기업인들이 인사권을 행사함에 따라 대기업에서 이미 시동이 걸린 40대 임원 발탁이나 중용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일제당은 이 회장이 승진하기 2개월전 파격적인 임원인사를 했다. 당시 상무로 승진한 13명의 임원이 모두 42∼48세였다. 현재는 제일제당 58명 임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40대다.
3일 SK㈜ 인사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유정준(兪柾準·40) 전무가 최연소 전무로 발탁돼 눈길을 끌었다.
삼성에서도 이수빈(李洙彬) 현명관(玄明官) 회장 등이 지난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을 계기로 머지않아 40대 CEO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0대 돌풍은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은행권이나 중소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은행권에서는 하영구(河永求·49) 한미은행장에 이어 12일 홍석주(洪錫柱·49) 조흥은행장이 40대 행장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달 말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및 회장 선거에서는 김종수(金鍾洙·46) 출판협동조합 이사장과 손한웅(孫漢雄·48) 귀금속가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이 당선돼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작년 7월 현재 40대 CEO가 37.8%를 차지, 50대(31.9%)와 30대(13.8%)를 압도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申鉉岩) 수석연구원은 “40대 CEO 가운데는 재벌 2, 3세라하더라도 충분히 능력을 검증받은 사람이 많다”며 “40대가 전성기에 접어듦에 따라 기업경영이 미래지향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