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대기업 리더들⑨]패기와 실력으로 ‘청년SK’ 이끈다

  • 입력 2002년 3월 18일 18시 18분


오른쪽부터 최태원 SK(주) 회장, 손길승 그룹 회장, 김항덕 고문, 최신원 SKC 회장.
오른쪽부터 최태원 SK(주) 회장, 손길승 그룹 회장, 김항덕 고문, 최신원 SKC 회장.
SK는 다른 주요그룹에 비해 ‘청년기’의 활력이 느껴지는 기업이다.

49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그룹으로서의 본격적인 틀을 갖춘 건 20여년. 80, 90년대에 굵직한 사업체들(유공, 한국이동통신)을 잇달아 인수하면서부터다. 그런 만큼 지금도 역동성이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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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게 SK를 선택한 이유를 물은 결과 ‘성장성’을 가장 많이 꼽았던 데서도 이 점이 잘 드러난다. 손길승(孫吉丞) 회장이 평소 “우리는 지금 싱글(single) SK로 가야 할 때지, 스몰 SK들로 쪼개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그룹이 아직 완숙기에 이르지 않은 청년기업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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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경영’ 이끌 경영진〓SK는 올해 초 2002년 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격경영’ 기조를 밝혔다. 당시만 해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대부분의 주요 그룹이 안정위주의 보수적 전략을 택할 때였다.

손길승 회장과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의 ‘투톱 체제’가 이끄는 SK의 주요 경영진은 공격경영의 ‘일선 지휘관’들이다. 특히 2000년말부터 지휘관 진용은 크게 젊어지고 있다. 실력과 패기를 갖춘 경영진의 ‘전진 배치’ 흐름은 2000년말 인사에 이어 최근 발표된 임원인사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공격경영의 핵심엔 SK㈜ 신임사장으로 임명돼 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주력 계열사 사장직을 겸임하게 된 김창근(金昌根) 사장이 있다. 2000년말 구조조정본부장으로 취임한 지 1년여만에 SK㈜ 사장도 맡게 된 김 사장은 자신이 맡은 계열사뿐만 아니라 그룹의 장래를 결정할 전략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된다.

‘재무통’답게 치밀한 성격이지만 과장 시절 회사 여직원들을 괴롭히는 불량배들과 맞서 싸우다 생선회칼에 허벅지를 찔리는 ‘의협 남아’의 기질을 발휘한 일화도 있다. 그는 평소 “SK㈜는 그룹의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비즈니스 실험을 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SK텔레콤의 표문수(表文洙) 사장은 오너 일가이면서도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고 최종현(崔鍾賢) 전 회장 누나의 아들인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온 엘리트로 미국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생활까지 하다 귀국해 그룹경영에 합류했다.

특히 정보통신 사업을 주창한 표 사장은 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지금의 SK텔레콤으로 키워내기까지 크게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00년말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10대 전용 TTL 브랜드의 성공적인 정착도 그의 작품.

SK글로벌 박주철(朴柱哲) 상사 부문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27년만인 올해 사장에 오른 ‘영업통’. 캐나다 현지법인 당시 대부분의 상사들이 어려움을 겪거나 철수하는 와중에도 흑자법인을 유지했다. 풍부한 해외 근무 경험과 공격적인 영업력에 그룹은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과감한 발탁 통한 ‘젊은 피’ 수혈〓특히 과감한 발탁이 이뤄진 부문은 금융 분야다.

증권과 생명은 그동안 외부에서 영입한 경영자들이 주로 맡아왔던 분야. 그러나 매출 확대 위주의 경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내부 인사를 기용,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SK증권의 김우평(金宇平) 대표는 전무이면서도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부실한 회사 재무상태를 개선시켰다. 재무통으로 인정받아 작년에 대표를 맡은 그는 6개 증권사와 함께 모바일 증권거래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추진력을 보이고 있다.

SK생명 강홍신(康弘信) 사장은 2000년 국민생명과 한덕생명을 흡수합병해 새 출발한 회사의 통합 작업을 잘 이끌어 올해 흑자전환을 기대케 하고 있다.

윤석경(尹錫庚) SK C&C 부사장은 상무에서 두 단계 점프해 화제를 모은 인물. SI 업체인 SK C&C는 그룹에서 미래산업으로 육성하는 회사로 올해 신입사원 공채에서도 쟁쟁한 계열사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72명을 뽑았다. 계열사 물량 외에 공공기관과 해외 시장 공략이라는 과제를 그에게 맡길 만큼 회장단의 신임이 두텁다.

SK그룹에는 김우평 전무뿐만 아니라 부사장이나 전무급 대표이사가 유난히 많다. 이는 무엇보다 ‘전무 이상만 되면 CEO 후보’라는 그룹의 인사원칙에 따른 것이지만 젊은 경영진으로의 재편, 최태원 회장 체제에의 대비라는 ‘3중 포석’이기도 하다.

홍지호(洪志昊) SK케미칼 부사장도 2000년에 전무를 달면서 대표이사를 맡았다.

▽관록 있는 부회장들도 건재〓‘젊은 피’들의 파이팅을 뒷받침해주는 게 부회장급들의 관록이다. 그동안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선배 세대인 이들은 이제 안정의 바탕 위에서 성장이 이뤄지도록 하는 ‘가속기’와 ‘균형추’의 구실을 하고 있다.

조정남(趙政男) 황두열(黃斗烈) 김승정(金昇政) 부회장은 2000년말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고 대표이사 직책을 유지하면서 회사 일을 계속 챙기고 있다. 전체적인 회사 경영은 공동으로 챙기되 부회장들은 주로 기존사업을, 후배급인 사장들은 신규사업이나 미래사업을 관장하는 ‘분업체제’가 눈에 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2002년도 국가별 업체별 수주액 (단위:만달러, %)
소속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
SK그룹회장손길승61진주고, 서울대 상학
SK텔레콤부회장조정남61전주고, 서울대 화학공학
SK㈜부회장황두열59부산상고, 부산대 경영학
SK글로벌부회장김승정61진주고, 서울대 경제학
SK㈜사장김창근52용산고, 연세대 경영학
SK텔레콤사장표문수49경기고, 서울대 농경제학
SK글로벌사장박주철54인천고, 연세대 경영학
SK건설사장문우행58경동고, 연세대 토목공학
SK케미칼부사장홍지호52성동고, 연세대 화학공학
SK해운사장이승권53용산고, 한양대 화학공학
SK증권전무김우평50용산고, 고려대 경영학
SK생명사장강홍신54대광고, 연세대 경영학
워커힐사장한종무59경동고, 한국외국어대 영어
SK C&C부사장윤석경51용산고, 서울대 무역학
SKC사장최동일59경북사대부고, 서울대 기계공학

최태원 회장 등 대주주 직계 경영진은 제외.
자료: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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