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崔鍾建) 창업주가 1973년 타계하자 형을 돕고 있던 최종현(崔鍾賢)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98년 최종현 회장이 별세한 뒤 후계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 형제의 아들 5명은 토론 끝에 최태원(崔泰源·42) SK㈜ 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준 뒤 전문경영인인 손길승(孫吉丞)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했다. 2대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동거 실험’이 시작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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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서는 ‘오너’가 포함하는 부정적 뉘앙스가 별로 없다. 전문경영인 뺨치는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결국 ‘SK호(號)’의 선장이 될 최태원 회장은 업무 스타일이나 성격 면에서 선친을 빼닮았다고 한다. 실무자에게 재량권을 주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토론을 통해 임직원을 설득한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한국 딜러를 맡을 때 “어떤 사업이든 가능성이 있으면 시도해본다. 해보다 안 되면 접고, 다른 거 또 해보는 거다”라고 말했다. SK에서 ‘사업적 실험’이 계속 나오는 원동력이다.
최재원 부사장은 ‘파이낸싱의 귀재’로 통한다. SK가 99년 신세기통신을 인수하기로 결정할 때 포항제철이 가진 주식과 SK텔레콤 지분을 맞교환하는 ‘주식 스와핑방식’을 고안해냈다. 덕분에 SK는 큰 자금부담 없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게 됐다.
회사 안팎에서 ‘오너 티’를 내지 않는 겸손함을 지녔다는 평.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 때 우량기업의 성공사례를 집중 연구, 이를 한국에도 적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주가변동에 관심이 높아 임직원 보고를 받으면 “기업 가치를 올리는데 도움이 되느냐”고 질문하곤 한다.
최창원 부사장은 ‘기획통’이자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한다. 96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에서 한국 최초로 명예퇴직제를 도입해 인력을 3분의 1이나 줄였다. 이후 쉐라톤워커힐호텔, SK상사, SK건설 등 그가 관여한 많은 계열사들이 구조조정을 했고 그 덕분에 경제위기 때도 큰 타격이 없었다고.
서울대 심리학과를 나와서인지 ‘인간과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은 그는 독실한 불교신자다.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면모를 보여 ‘나이보다 성숙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고 최종건 회장의 차남인 최신원(崔信源·50) SKC 회장은 전반적인 그룹 경영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고 있다.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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