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애널리스트 말은 에누리를…곧이곧대로 믿다간 낭패

  • 입력 2002년 3월 20일 17시 23분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강력 매수(Strong Buy)에서 매수(Buy)로 내렸다면 이 주식을 팔라는 뜻일까, 아니면 사라는 뜻일까. 겉으로 드러나는 추천 의견은 엄연히 ‘매수’지만 그 속뜻은 ‘지금 파는 게 좋겠다’에 가깝다.

이처럼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은 그 속뜻을 잘 읽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투자의견은 보통 강력매수(Strong Buy) 매수(Buy) 장기매수(Long term Buy) 단기매수(Trading Buy) 중립(Neutral 혹은 Hold) 매도(Sell)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강력매수는 예상 주가가 현재보다 약 50% 이상 오를 가능성이 있을 때 사용하고 매수는 20% 정도 상승 여력이 있을 때 사용한다.

이처럼 “사라” 혹은 “팔아라”가 명확한 추천에 비해 아웃퍼폼(Outperform) 마켓퍼폼(Marketperform) 언더퍼폼(Underperform) 추천은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아웃퍼폼의 공식적인 의미는 ‘이 종목의 주가는 종합주가지수보다 더 강세를 보일 것’이다. 흔히 ‘시장수익률 초과’로 번역된다. 마켓퍼폼은 종목의 주가가 지수와 비슷하게, 언더퍼폼은 종목의 주가가 지수보다 낮게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

그런데 ‘중립’처럼 보이는 마켓퍼폼의 진짜 뜻은 “팔아라”에 가깝다. 애널리스트는 특정 종목에 대해 “팔아라(Sell)”고 대놓고 말하기를 꺼린다. 그 회사와 관계도 나빠지고 투자자에게도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우회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마켓퍼폼이다. “시장수익률과 비슷한 종목을 뭐 하러 사나? 다른 종목 찾아봐라”는 뜻이 강하다. 언더퍼폼 정도 되면 ‘지금 당장 팔지 않으면 큰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다.

또 여의도 증권가에는 ‘의견 거절’이라는 비공식 투자의견도 있다. 코스닥 등록기업 중 실적은 형편없는데 주가는 터무니없이 높은 경우 애널리스트는 그 종목에 대해 보고서를 내지 않는다.

전화로 투자의견을 물어보면 애널리스트는 “의견 거절입니다”라고 답한다. 이 종목은 투기꾼들이나 관심을 가질 종목이며 일반 투자자는 아예 관심을 두지 말라는 뜻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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