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SK는 상대적으로 이런 연고주의나 계보를 이루는 현상이 여느 그룹보다 덜한 편이다. 자기 회사 출신 위주로 ‘로열 코스’가 형성되는 ‘순혈주의(純血主義)’도 SK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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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SKMS(SK경영시스템) 인맥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실력만 있으면 어느 학교를 나왔든, 출신지역이 어디든 따지지 않는 SK의 실제 인력활용 원칙이다.
▽순혈주의 ‘노(No)’〓SK 출신의 ‘순혈’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은 80년에 인수한 옛 유공(97년에 SK주식회사로 회사명 변경) 출신의 중용. 지금도 최고경영자(CEO)와 임원급에는 SK에서 인수되기 전부터 유공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적잖다.
조정남(趙政男) SK텔레콤부회장과 황두열(黃斗烈) SK㈜ 부회장은 그 정점에 서 있는 경영자. SK의 유공 인수 당시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는 평을 들었지만 SK는 ‘고래’를 무리하게 삼키려 하지 않고 그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만큼 유공 인력이 우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수와 합병으로 성장한 SK 나름의 생존전략이기도 했다.
조 부회장은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66년 유공에 들어와 SK로 넘어간 후에도 유공 기술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95년 새로 출범한 SK텔레콤에 합류하면서 생소한 정보통신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으로의 성공적인 전환, 업계 1위 굳히기 등에 큰 역할을 했다.
황 부회장은 손꼽히는 마케팅 전문가. 68년 부산대를 졸업한 뒤 유공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할 정도로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았다. 20여년 동안 영업파트에 몸담아 ‘정유업계 최고의 영업맨’으로 불린다.
두 부회장뿐만 아니라 40대 중반부터 50대 후반까지의 ‘옛 유공맨’들은 지금도 SK의 여러 계열사에서 현역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홍영춘(洪榮春) SK글로벌 에너지판매부문사장, 김대기(金大起) SK텔레콤 사장, 조재수(曺在秀) SK가스 사장, 이선규(李善揆) SK㈜ 부사장 등이 모두 SK가 인수한 뒤에도 ‘주류(主流)’를 걸어온 경영자이다.
▽실력만 있으면 누구든 OK〓김승정(金昇政) SK글로벌 부회장도 ‘영입파’의 대표선수 중 한 사람. 전경련 손병두(孫炳斗) 상근부회장과 같은 전경련 공채 2기 출신으로 전경련을 떠난 뒤 해운회사에 몸담고 있다가 손길승(孫吉丞) 회장의 추천으로 SK맨이 됐다.
김수필(金守弼) SKC화학사업부문사장은 66년 코오롱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시작했다. 영업과 기획 마케팅을 두루 걸친 실력으로 한국이동통신 인수 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011’ 마케팅을 주도했다.
또 SK텔레텍의 홍경(洪景) 대표이사 전무는 LG전자에서 일하다 97년 SK텔레콤에 합류했다.
최동일(崔東一) SKC사장은 대표적인 순수 SK맨. 68년 선경합섬(현 SK 케미칼)에 입사해 34년째 SK에 몸담고 있는 그는 선경화학 유공 SK가스 등 주요 계열사의 각 사업분야를 섭렵했다.
▽임원 양성 코스 다양화〓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은 평소 “임원 경쟁력을 키우라”고 주문하면서 “기존 임원 양성 프로그램과 함께 외부인사 영입을 활발히 할 것”이라고 말해 ‘실력주의’를 더욱 강화할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이번 달 정기인사에서 40세의 나이에 전무로 승진한 SK㈜ 유정준(兪柾準) 전무는 이 같은 인사방침의 한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매킨지컨설팅에 근무하다 LG건설에 스카우트돼 35세의 나이에 임원 반열에 올라 이미 화제가 됐던 그는 SK에서도 상무 승진 2년 만에 전무에 오르는 초고속 코스를 밟고 있다.
SKC의 박학준(朴學準) 전무는 옛 체신부(현 정보통신부) 출신으로 SKC가 새로운 전략사업으로 추진중인 정보통신사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SK텔레콤의 전략기획부문장을 맡고 있는 김신배(金信培) 전무는 미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딴 인재. 95년 한국이동통신 인수 직후에 SK에 들어와 전략 수립과 마케팅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SK텔레콤의 정만원(鄭萬源) 상무도 산업자원부 사무관 출신으로 미래의 CEO급으로 관심을 모으는 유망주로 꼽힌다.
이들 젊은 임원은 특히 최태원 회장의 후계구도와 맞물려 향후 행보와 역할에 각별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SK의 최부 출신 주요 임원 | ||||
소속회사 | 직위 | 이름 | 나이 | 출신회사 또는 기관 |
SK글로벌 | 사장 | 홍영춘 | 60 | 유공 |
SK가스 | 사장 | 조재수 | 60 | 유공 |
SKC화학사업부문 | 사장 | 김수필 | 58 | 코오롱 |
SK텔레콤 | 사장 | 김대기 | 55 | 유공 |
SK(주) | 부사장 | 이선규 | 58 | 유공 |
SK텔레텍 | 전무 | 홍 경 | 54 | LG전자 |
SK(주) | 전무 | 유정준 | 40 | LG건설 |
SKC | 전무 | 박학준 | 45 | 옛 체신부 |
SK건설 | 전무 | 유웅석 | 53 | 현대엔지니어링 |
SK건설 | 전무 | 김명종 | 51 | 현대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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