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경기운용 속도 조절을"

  • 입력 2002년 3월 24일 17시 30분


정부가 경기운용을 ‘부양’에서 ‘중립’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또 제기됐다. 금융연구원이 제기한 이 같은 주장은 삼성 한화 등 민간경제연구소들이 1·4분기(1∼3월) 경제성장률을 6%대로 추정하면서 조심스럽게 경기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데 뒤이은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재정경제부에 제출한 ‘경제동향보고’를 통해 “금년 중 경기가 회복되면 2004년까지 이어질 것이므로 경제정책 기조를 적절한 시점에서 ‘경기중립’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올해 한국경제는 내수가 늘고 수출이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 3.9%, 하반기 5.3%, 연간 4.6%를 기록할 것”이라며 “물가상승 압력 등은 크지 않으나 그동안 진행된 내수확대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2003년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선제적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는 하반기엔 금리가 연 7.4%(회사채 유통수익률 기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공적자금의 대규모 만기도래를 앞두고 급격히 금리가 뛰지 않도록 믿을 만한 공적자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정부의 공식 입장은 ‘경기과열 우려는 없으며 지금은 경기조절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는 것. 진념(陳稔)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주 언론사 뉴욕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일부 나무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전체 숲에 농약을 뿌릴 수 없다”며 조절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기획예산처가 집계한 1, 2월 중 재정사업 실태조사를 보면 모두 19조6000억원이 집행돼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조2000억원이 더 투입됐다. 정부는 또 지난주 재정집행특별점검회의를 열어 경제 조기회복을 위해 수출 투자관련 사업과 사회간접자본 사업에 재정자금을 집중시킨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이 같은 공식적 입장과 달리 지난해 경기부양을 위해 내놓았던 △설비투자액에 따른 법인세 감면 △승용차에 대한 특소세 한시적 인하 조치 등을 하반기에 폐지키로 하는 등 경제운용 기조에는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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