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와 에펠탑, 영화와 예술의 고향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된 나라 프랑스.
하지만 프랑스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간단치 않다. 99년 국내총생산(GDP) 1조650억달러, 1인당 국민소득 2만4000여달러의 세계 5위 경제대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GDP 4222억달러의 2.5배에 달한다.
한국에도 적지 않은 기업이 진출해 있다. 2000년 말 현재 156개. 이 가운데 외환위기 이후 진출한 기업이 전체의 30%나 될 정도로 최근 들어 한국 진출이 활발하다. 지금까지 프랑스 기업이 한국에 투자한 돈만 25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 투자금액은 미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에 이어 5번째. 2000년 말 현재 2만3000여명의 국내인이 프랑스 기업에서 일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기업의 선두에는 할인점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까르푸’가 있다. 세계 2위의 유통업체 ‘까르푸’가 국내에 진출한 것은 96년 7월.
진출 초기에는 ‘외국 기업이 국내의 소매점(일명 구멍가게)을 다 망하게 한다’는 반발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올해 매출 예상만 2조원에 이를 만큼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마트(신세계) 마그넷(롯데) 홈플러스(삼성)에 이어 4번째 수준이다.
까르푸보다 앞선 할인점들이 모두 국내 기업이거나 합작회사인 점을 감안하면 순수 외국인 회사로서는 놀라운 성적이다. 단순히 한국 내에서의 영업활동만 한 것이 아니라 한국 농산물과 생산품의 해외수출 창구 역할도 맡는 등 꾸준히 현지화 노력을 벌인 결과였다.
고속철 ‘TGV’로 더 잘 알려진 기업 ‘알스톰’. 2004년 개통될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의 차량 제작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회사다. 알스톰은 수송시설뿐만 아니라 에너지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국내에도 ‘알스톰 코리아’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해 전력사업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를 연결해주는 ‘에어 프랑스’는 취항한 나라만 91개국, 315개 도시에 이르는 세계적인 항공사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00년 말 현재 국제부문에서 여객운송 세계 3위, 화물운송 세계 4위에 랭크돼 있다. 1983년 유럽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정기 항로를 개설하고 현재 서울∼파리 노선을 주 5회 운항하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대한항공과 코드셰어(좌석공유)를 하게 돼 매일 한 편씩 더 운항하는 효과를 얻는다.
최근 활발히 국내 기업을 인수해 주목을 받고 있는 ‘라파르즈’는 시멘트 석고보드 등 건설자재 분야의 세계 최고, 최대 기업이다. 전 세계에 진출한 나라만 75개국에 이르고, 연매출도 170억달러에 달한다. 이 회사가 공급하는 시멘트는 전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한라 동양시멘트 등을 인수하거나 합작 형식으로 회사를 설립하면서 국내 시멘트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멘트 기업으로 떠올랐다.
2000년 삼성자동차의 지분 70%를 매입하면서 국내 자동차시장에 진입한 ‘르노자동차’는 설립된 지 105년 된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전 세계 43개의 완성차 조립라인과 부품공장에서 30여종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2000년 설립된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SM5로 중대형차 시장의 27% 점유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르노삼성은 총 8만9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며 이 중 2000대 정도는 수출할 방침.
1976년 유럽은행 중 최초로 국내에 진출한 ‘BNP파리바 은행’은 프랑스 제1의 은행 그룹. 세계 85개국과 7대 금융시장에 진출한 세계적 금융 회사로 국내 무역업체에 없어선 안 될 주요 결제 통로이다. ‘앵도 수에즈’ ‘소시에테 제네랄’ 등도 첨단 금융기법으로 한국 금융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술의 본고장답게 한국에 수입된 패션이나 화장품 관련 명품의 대부분이 프랑스 기업 제품이다.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카르티에’나 ‘샤를 가르니에’ ‘랑콤’ 등은 모두 보석 시계 가죽제품 펜 라이터 안경 스카프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 명품족의 인기를 얻었다. ‘샤넬’‘로레알’‘시슬리’ 등은 대표적인 화장품 브랜드로 한국 여성들의 미모를 돋보이게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