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가전도 "장수 만세"…'동글이'등 10년 넘어

  • 입력 2002년 3월 25일 17시 23분


‘브랜드’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가전업계에도 장수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애니콜·지펠·동글이·딤채’ 등 5년 이상, 길게는 16년째 같은 이름을 고수하는 제품이 늘고 있다. 브랜드 수명이 2∼3년에 그쳤던 한국 가전업계의 관행에서는 새로운 흐름이다.

가전 업계가 새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브랜드를 바꾼 이유는 새로 접목된 기술을 홍보한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영향력 있는 브랜드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 이제 장수 제품이 늘면서 업계의 ‘브랜드 다지기’ 작업도 한창이다.

▽장수상품 크게 늘어〓삼성전자는 ‘고급화’를 통해 장수 브랜드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프로젝션 TV ‘파브’(1998년)와 고급 냉장고 ‘지펠’(97년). 이들 제품은 과거 한국제품의 전반적 특징이었던 저가(低價)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삼성’을 내세우지 않고 브랜드만 강조했고 고급 소비자층을 공략해 성공했다.

삼성의 휴대전화 애니콜과 평면 TV인 ‘명품’은 94년 이후 9년째, 휴대용 카세트 ‘마이마이’는 87년 이후 무려 16년째 장수하고 있다.

만도공조의 ‘딤채’는 95년 선보인 뒤 김치냉장고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 제품이 대기업 계열 가전회사들과 겨루면서도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하는 것은 만도의 기술력과 함께 김치의 고어(古語)를 채용한 이름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LG전자는 가스오븐레인지 ‘쁘레오’(97년), 완전평면 TV ‘플라톤’(98년)의 ‘명품화’를 시도 중이다. 청소기 ‘동글이’(90년)나 ‘싱싱냉장고’(89년) 등도 10년 이상을 이어오고 있다.

대우전자에서는 각각 91년과 94년 내놓은 ‘공기방울 세탁기’와 ‘입체냉장고’가 대표적 장수상품으로 손꼽힌다.

▽해외시장 브랜드 전략〓지펠은 처음에는 해외시장에서 실패할 뻔한 브랜드 명. 당초 영문 브랜드 명이었던 ‘Zifpel’이 독일어로 욕설이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Zipel’로 이름을 바꿨고 이 제품은 유럽 12개 나라에서 월풀 GE 등 외국 유명 냉장고를 제치고 고급 냉장고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시장에서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보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해외시장에서 ‘LG’ 또는 ‘삼성’ 같은 제조업체 이름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일부 시장에서는 제품 브랜드를 고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한용외 생활가전 총괄사장은 “미국 유럽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삼성’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삼성이 충분히 알려진 중국 같은 지역에서는 개별 브랜드를 들고 나갈 예정”이라며 “브랜드 시대를 맞아 브랜드 싸움에 이기기 위해 일반 백색가전을 묶는 통합 브랜드도 곧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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