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대기업 리더들⑫]한진그룹 “세계 육해공 길 품안에…”

  • 입력 2002년 3월 27일 18시 31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사업본부장 및 실장들과 아침회의를 하고 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사업본부장 및 실장들과 아침회의를 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주력사인 대한항공에는 요즘 활기가 감돈다.

회사 이미지에 대한 국내외의 인식이 호전되는 데다 항공경기가 9·11 후유증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기 때문.

25세의 청년 조중훈(趙重勳)이 1945년 트럭 한 대로 인천 해안동에 한진상사 간판을 내건 지 57년.

육해공(陸海空)을 잇는 운수물류 종합그룹인 한진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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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인 운수(運輸)분야 CEO들〓한진그룹 전체 매출 가운데 약 80%는 대한항공 한진해운 ㈜한진 등 운수(물류 포함)분야에서 나온다.

이 가운데서도 대한항공은 외형이나 지명도 등에서 명실공히 그룹을 대표한다. 대한항공이 잦은 사고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던 1999년 4월 사령탑을 맡은 심이택(沈利澤) 사장은 안전 위주의 경영으로 ‘사고항공사’라는 이미지를 상당히 많이 씻어냈다. 심 사장은 대한항공에서 기획 국제업무 자재 항공우주 등 거의 모든 부문을 섭렵했고 500MD헬기, F5전투기, UH60헬기 생산 등 어려운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해냈다. 해외근무 경험이 없는 데도 고급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김혜련(金惠蓮)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부인.

대한항공과 함께 그룹의 두 축을 이루는 한진해운의 경영은 김찬길(金A吉) 사장이 맡고 있다. 김 사장은 대한항공에서 국제금융과 재무를 담당했으나 87년 대한상선(옛 대한선주) 인수단 재무담당으로 파견된 것을 계기로 해운에 입문했다. 그는 88년 한진해운과 대한상선의 통합작업을 원만하게 마무리하고 아예 ‘해운맨’으로 변신했다. 97년 8월 위기가능성을 발빠르게 감지, 선박 31척을 과감하게 매각함으로써 외환위기를 잘 헤쳐 나왔다.

㈜한진은 외형이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에 크게 못 미치지만 그룹의 모체이자 육해공 종합운수물류 체제를 완성하는 한 기둥. 김인진(金仁珍) ㈜한진 사장은 운수회사 사장답게 최소한 약속시간 5분전에 나타나는 등 시간관념이 철저하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오랜 해외생활을 해 그룹 내에서 영어와 일본어 실력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

▽인재의 산실 대한항공〓조중훈 회장은 ‘모르는 길은 절대 가지 않는’ 기업인으로 불린다. 그래서 운수물류 주력 3사와 관련이 아주 없는 계열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치밀함이 요구되고 운수물류 경영의 복잡함을 두루 갖춘 대한항공에서 실무경력을 쌓은 인재들이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로 포진한 것은 자연스럽다.

심이택 김찬길 김인진 사장 외에 김정훈(金政勳)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사장, 진성주(秦成周) 한국공항 사장, 이윤석(李允碩) 한진관광사장 등도 대표적인 대한항공 출신 CEO.

인사전문가인 김 사장은 2000년 3월 한진중공업 관리총괄담당 부사장을 맡아 한진중공업 한진건설 한진종합건설 등 3개사의 조직 통합을 잡음없이 마무리했다.

진 사장은 대한항공 중동지역본부장으로 있으면서 만성적자이던 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킨 성공신화로 유명하다. 4차례에 걸쳐 기업합병을 주도했으나 노사갈등이 없었다.

용산공고 교사출신인 이 사장은 67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후 35년동안 여행 관련 업무에서만 일했다.

물론 대한항공 출신이 아닌 CEO도 적지 않다. 운수물류와 직접 관련성은 떨어지면서 보편적인 지원의 성격이 강한 건설 정보통신 금융분야 등은 해당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형 CEO가 경영을 맡고 있다.

박재영(朴宰永) 한진중공업 건설부문 사장, 김정웅(金正雄)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사장, 고원용(高元龍) 한진정보통신 사장, 정건섭(鄭健燮) 동양화재 사장, 김기범(金起範) 한불종금 사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박 사장은 동아중건설 출신 건설안전전문가. 그는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 부산신항만사업 등 국내외 100여곳의 건설현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평.

정 사장이 이끄는 동양화재는 지난해 전체 보험종목 성장률 1위의 고성장을 이루어 나가는 가운데서도 내실이 탄탄하다.

▽국제화와 차세대 주역들〓국내 주요 기업의 사장이 50대가 주축을 이룬 반면 한진그룹 60대가 대부분이다.

한국IBM에서 30년간 근무하다 한진정보통신을 맡은 고원용 사장이 57세, 대우증권 현지법인에서 오래 근무한 김기범 사장이 46세로 소장층을 이루고 있다. 경험과 안정이 중요한 운수물류업의 특성 때문에 평균 연령이 높은 편.

그러나 앞으로 현재 부사장 및 전무급 차세대 리더들이 머지않아 경영전면에 등장하면서 그룹을 이끌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룹의 업무특성상 이들은 외국어에 뛰어나거나 국제통인 경우가 많다. 그룹 내에서는 이종희(李鍾熙)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 이원영(李源榮)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 겸 호텔면세사업본부장 등 대한항공 5개 사업본부장과 홍순익(洪淳翊)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부사장 등이 ‘유망주’로 꼽힌다.

또 최근 한진이 부쩍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어 항공 외에도 해운 건설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 평가받는 임원들에게도 눈길이 쏠린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한진그룹을 이끄는 주요 전문경영인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지
대한항공사장심이택63서울고-서울대 화학공학인천
한진해운사장김찬길62인천고-중앙대 상학인천
㈜한진사장김인진62경동고-한국외대 영어과경북 상주
한진중공업조선부문사장김정훈60제물포고-서울대 정치학인천
건설부문사장박재영60남성고-한양대 건축공학전북 익산
한국공항사장진성주61용산고-서울대 상대서울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사장김정웅60서울공고-인하대 토목공학서울
정석기업사장김종선61인천고-성균관대 경제학서울
한진관광사장이윤석63영남고-경북대 사범대경북 고령
한진정보통신사장고원용57경기고-서울대 전기공학부산
동양화재해상보험사장정건섭61배재고-성균관대 경영학서울
한불종합금융사장김기범46경복고-한국외대 정치외교학서울
조양호 회장 등 대주주 일가 경영진은 제외.
자료:한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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