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기업-벤처 ‘윈-윈 제휴’ 붐

  • 입력 2002년 3월 27일 18시 31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얼마 전 15개 벤처기업과 손을 잡았다. 지적재산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경영지원 공장사용권까지 줄 전략적 파트너로 10개사, 공동개발 마케팅 등 일반 비즈니스파트너로 5개사를 선정했다.

삼성전자는 업체당 5억∼10억원을 투자해 앞으로 5년간 300여개 과제를 공동수행하는 한편 협력 벤처사도 70개로 늘릴 예정이다. 또 1997년 2, 3명으로 출발한 벤처사무국을 최근 18명의 벤처사업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전략적 제휴가 급증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경영의 중심을 대량 조립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상품으로 전환하면서 복합적이고 창의적인 기술과 인력의 젖줄로 벤처기업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

전략적 제휴는 바이오, 비메모리반도체, 정보통신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어야 하는 새 산업 분야에서 특히 활발하다.

LG전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TV, PDP, 차세대 이동통신 등 홈네트워크 및 모바일 네트워크 핵심사업 분야에서 벤처업계와의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벤처기업에 대한 중장기 협력 전략’을 발표한 구자홍(具滋洪) LG전자 부회장은 “벤처기업에 대규모 투자는 물론 다양한 경영자원 지원을 통해 동반자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SK㈜는 라이프사이언스팀을 통해 11개 벤처회사와 한약재를 이용한 뇌중풍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이필경(李弼敬) 팀장은 “유전자분석부터 정보기술(IT) 독성시험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바이오산업은 대기업도 혼자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일제당은 바이오벤처 투자를 지난해 10개사 50억원에서 올해 20여개사 10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단순한 지분참여나 투자가 아닌 연구 기술공유 마케팅 생산 등을 함께하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

최근의 대기업-벤처기업 제휴는 몇년 전 벤처붐 때 대기업이 분사(分社)형태로 직접 IT 등 벤처업종에 진출하거나, 자본 수익을 노리고 지분 투자를 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대기업은 자본 경영노하우 기자재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벤처기업은 기술과 인재를 내놓는다. 이들을 결합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꾀하는 것이다. 신현암(申鉉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기업이 벤처에 투자하는 것을 한때는 ‘문어발식 확장’의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었으나, 급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미래의 신기술을 탐색하고 확보하는 데 벤처기업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대기업-벤처기업 협력 현황
삼성전자100여개 벤처기업과 제휴, 투자시스템LSI(비메모리) 분야만 70개사로 늘릴 계획
LG전자벤처기업과의 중장기 협력 방안 발표LG벤처클럽 운영
SK㈜11개 벤처기업과 한약재 이용한 의약품개발 프로젝트
제일제당팬제노믹스 등 2개사와 의약품개발 전략적 제휴올해 20여개사와 제휴 예정 서울대에 바이오밸리 구성
LGCI국내 2개, 해외 2개 벤처기업과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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