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대기업들이 경영합리화와 원가절감을 위해 ‘최저가 경쟁입찰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부품재고 보유기간을 줄이면서 납품 중소기업들의 채산성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고정거래 중소기업에 적정이윤을 보장해주면서 기술·품질지도까지 해주던 ‘가족적인 관계’였으나 이제는 경쟁에서 스스로 살아남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
중기청이 1월부터 두달동안 84개 납품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저가 경쟁입찰에 참여, 적정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업체는 6.8%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 업체는 대기업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거나 원가수준으로 납품했다고 응답했다.
최저가 경쟁입찰제란 대기업들이 공개입찰을 통해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는 업체에서 물품을 사는 제도.
국내 중소기업들끼리만 경쟁을 하면 비용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채산성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원가를 낮추기 위해 가격경쟁력이 월등히 높은 중국 등의 중소기업을 참여시키고 있어 납품을 포기하거나 출혈 납품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조사를 담당한 중기청 전용운(全龍雲) 사무관은 “이에 따라 사업축소나 해외이전을 고려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면서 “최저가 경쟁입찰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불과 1, 2년 전 만해도 대기업이 사전에 특정 중소기업에 구입시기와 가격을 알려주고 물품을 사들이던 ‘계획구매’ 방식이 60∼70%를 차지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2.8%로 나타났다. 최저가 경쟁입찰방식은 11.8%, 계획구매와 경쟁입찰을 혼합한 방식이 13.4%였다.
대기업들의 재고보유기간 단축도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을 더하고 있다.
김영수(金榮洙)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장은 “대기업들이 재고 보유기간을 줄임에 따라 많은 중소기업들이 갑작스러운 납품 요청에 응하기 위해 재고를 크게 늘리거나 야근을 자주 해야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기청은 하루 이틀 안에 물건을 납품토록 하는 일(日)단위 주문이 전체의 60.1%에 이르는 등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최저가 입찰제 확대에 대한 중소기업 대응계획 | |
대응 계획 | 응답비율(%) |
기업규모 축소 | 21.2 |
해외 진출 | 19.9 |
업종 전환 등 구조조정 | 10.1 |
폐업 | 0.8 |
원가분석 전문가 참여 | 19.3 |
기술개발 전문인력 충원 | 15.8 |
동종업종 공동판로 개척 | 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