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후보 공약 평가 외톨이 돼버린 경총

  • 입력 2002년 3월 28일 17시 57분


주요 경제단체 중 하나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요즘 ‘외톨이’가 됐다. 대통령선거 후보 공약 평가 문제를 둘러싸고 다른 경제단체의 호응을 받지 못해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다른 경제단체는 물론 경총 간부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총은 공약 평가 문제와 관련해 전경련 등이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힌 이상 다른 경제단체와의 공동평가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점을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경총 독자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평가를 하겠다는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28일 “이 문제에 대한 경제단체간 실무논의는 완전히 중단된 상태”라며 “하지만 경총은 대선후보들이 지지 확보를 위해 경제적 후유증이 큰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약 평가 문제가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 모임에서 논의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재계가 정치적인 입지를 넓히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전경련이 발을 뺀 것”이라며 전경련 측을 비난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총 내부에는 전경련이나 대한상공회의소에 비해 조직이 작고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이유로 너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총의 다른 관계자는 “전경련이 경총의 공약평가 발표를 번복한 뒤 무역협회가 공개적으로 전경련의 손을 들어줬고 다른 경제단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며 “결과적으로 경총 만이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눈총을 받게 된 데 대해 많은 직원들이 아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