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브랜드/제품개발]친근하되 새롭게…명가 맥잇기 전략

  • 입력 2002년 4월 1일 17시 42분


《베지밀 부라보콘 샘표진간장 등은 이제 청·장년의 나이에 이른 장수 제품들이다. 해가 갈수록 제품들도 나이를 먹는 만큼 성숙한다. 유년 소년 시절보다 ‘능력’도 커졌고, 동생뻘 아들뻘 되는 가족 제품도 거느리게 됐다. 이런 성과 뒤에는 원조의 명성을 이어가려는 제품 개발자들의 피말리는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입맛따라 진화

나이든 상품은 나잇값을 한다. 제조 기술이 발달하고 소비자의 기호가 변하면서 상품도 그에 맞게 진화한다.

이름은 같은 ‘진간장’이지만 30년 전의 진간장과 지금의 진간장은 다르다. 1968년 선보인 샘표 진간장은 염도가 17%로 짠맛이 강한 편이었다. ‘진하고 구수한 맛’이라는 점이 진간장의 마케팅 포인트였기 때문.

그러나 건강을 위해 싱겁게 먹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요즘의 진간장은 염도가 15%로 낮아졌다. 소주처럼 간장도 ‘순한 간장’ 추세로 가는 것.

또 요리의 다른 재료 색을 살리기 위해 옅은 색의 간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87년에 샘표는 ‘양조간장’을 내놨다. 6개월 동안 자연 숙성시켜 검붉은 갈색을 내도록 한 제품.

95년, 농심의 새우깡에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반영해 ‘DHA’ 성분을 첨가됐다. 새우깡은 유아기부터 먹는다는 점에 착안, 어린이 두뇌 발달에 도움을 주는 DHA를 넣은 것.

75년 선보인 해태 맛동산은 99년부터 맛이 더욱 후해졌다.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땅콩 함량을 10% 늘렸기 때문. 물류 체계도 대폭 정비해 각 영업소의 재고를 하루 판매량만큼만 유지하도록 했다. 소비자에게 가장 ‘신선한’ 상태의 맛동산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후속제품 줄줄이

장수 상품은 업그레이드된 후속 제품들을 거느리며 ‘가족 제품군’을 이루기도 한다.

71년 태어난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는 94년에 ‘야쿠르트 에이스’, 2000년에 ‘야쿠르트400’이라는 두 아들을 낳았다. 야쿠르트 에이스는 기존 야쿠르트에 칼슘 철분 비타민C 비타민D를 첨가한 것. 야쿠르트400은 아버지 야쿠르트에 비해 5배 이상의 유산균을 함유한 제품이다.

올해 3월 현재, 하루 평균 야쿠르트는 약 250만병, 에이스는 약 100만병, 야쿠르트400은 약 50만병이 팔리며, 이들 3부자가 한국야쿠르트 발효유 전체 매출액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해태제과의 부라보콘은 기존의 바닐라맛에 이어 딸기맛 초코맛 피스타치오맛의 3형제가 사이좋게 가족을 이루고 있다. 막내인 피스타치오는 지난해 3월 태어난 후 연말까지 150억원어치나 팔려 부라보콘 전체 매출의 38%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식품의 ‘베지밀’은 베지밀A, B와 유아식인 베지밀 네오인펀트, 인펀트, 토들러, 성장기 어린이를 위한 베지밀 쑥쑥5, 유스, 칼슘을 첨가한 고칼슘 베지밀 등이 일가족을 이루고 있다.

농심 새우깡은 대형 포장의 ‘노래방 새우깡’과 매콤한 맛의 ‘매운 새우깡’ 두 아들을 두게 됐으며 태평양 ‘설록차’도 ‘사라락티’ ‘현미녹차’ ‘일로향’ 등의 제품군을 거느리고 있다.

빙그레 ‘투게더’ 아이스크림도 지난해 ‘형보다 나은 아우’를 맞게 됐다. 원료를 고급화하고 아몬드 등 첨가물을 강화한 프리미엄급 제품 ‘투게더클래스’가 그것.

▼피말리는 업그레이드

장수 제품들이 업그레이드되고 일가족을 이루는 데는 제품 개발자들의 보이지 않는 공로가 컸다.

2000년 해태제과는 부라보콘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외국산 고급 아이스크림에 대한 시장조사를 했다. 그 결과 최고 인기제품은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해태제과 식품연구소 유제품 개발팀은 ‘피스타치오’를 파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단골 고객이 됐다. 수시로 매장을 찾아가 매장 직원에게 주요 고객층 등을 세세히 물어보며 몇 개씩 피스타치오를 사 먹었다.

매일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다 보니 배탈이 잦아져 배탈약을 항상 책상 서랍 속에 넣어 둬야 했다.

1년 넘게 매달려 제품을 개발해 내놓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중·고·대학생, 주부층 등을 대상으로 20회가 넘는 소비자 모니터링을 거쳐서야 ‘똘똘한 막내’ 부라보콘 피스타치오가 태어날 수 있었다.

빙그레의 연구소 직원들도 ‘고급스러운 맛’을 잡아내기 위해 100번 이상 원료를 조합해보고 중고등학생에게 설문을 돌려야 했다. 연구실의 아이스크림 제조 설비(시약대, 섞는 기계, 끓이는 기계, 냉각기, 성형틀 등)도 쉴 틈이 없었다. 김태훈 연구원은 “하루에도 10번 이상 아이스크림을 먹어 충치도 많이 생겼다”며 “원래 단것을 싫어했는데 7년째 아이스크림을 먹어대니 입맛도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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