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업계 최고의 광고제작 프로덕션인 ㈜세종문화의 전무였고 지금도 고문이라는 거창한 직책이 있지만 이씨는 이런 직함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고문이니 전무니 하는 말들은 현업을 떠난 노장이나 퇴물이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게 싫어요. 저는 아직도 광고제작 일선에 선 크리에이터입니다.”
크리에이터로서의 감각을 묻자 “젊은 크리에이터들을 못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감각을 가졌을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씨는 최근 동양제과의 감자스낵 ‘예감’ 광고와 위니아의 김치냉장고 ‘딤채’ 광고를 제작하며 자신의 ‘다른’ 감각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
특히 ‘예감’은 그의 감각과 경험이 만든 ‘수작(秀作)’으로 꼽힌다. 제품 생명주기가 짧은 스낵 시장에서 신제품임을 부각시켜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탤런트 양동근이 유머스럽게 등장하는 장면과 ‘신등장’ ‘감자칩의 역사가 뒤집어졌다’ 등의 카피로 양념을 쳤다.
SK텔레콤의 스피드011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시리즈, 경동보일러 ‘효’ 시리즈, 초코파이 ‘정’ 시리즈 등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었지만 이씨가 말하는 자신의 ‘타율’은 3할 정도다. 하긴 20여년 간 평균 3할을 유지했다면 대단한 타자임에 틀림없는 사실.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나 신기술 등을 무리하게 광고에 접목시키려는 집착, 그리고 편한 제작환경을 위해 광고주의 요구를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태도, 이 두 가지만 버리면 3할은 어렵지 않죠. 제품과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있거든요.”
그는 끝으로 40대만 되면 일선을 떠나는 후배들에게 ‘조직 인사구조를 지레짐작해 스스로 정년을 만들지 말라’고 충고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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