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Me too' 상품 극성…"따라가면 기본은 한다"

  • 입력 2002년 4월 1일 17시 53분


‘히트 상품 뒤에는 미투(Me Too) 상품이 있다.’

영어로 ‘나도 역시’라는 의미의 미투 상품은 경쟁사의 인기제품을 베껴 인기에 편승하는 전략. 남이 애써 만들어 놓은 제품을 무분별하게 베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식음료 업계에서 미투 상품 전략은 흔한 일이다. 별다른 제조기술이 없어도 생산 라인만 변경하면 손쉽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상품과 미투 상품 간에 일대 혈전이 벌어진 제품으로는 단연 식혜를 꼽을 수 있다. 94년 ㈜비락이 전통음료인 식혜를 상품화하는 데 성공하자 60여개 업체가 일거에 뛰어들었다. 갈아만든 배, 사과, 복숭아 등 이른바 ‘갈아만든 시리즈’도 제품마다 40∼50여 개가 쏟아져 나왔다.

한 제품을 가장 많은 업체들이 같은 이름으로 동시에 생산하는 종목은 요구르트. 중소업체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70여개 제품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제조업체는 자사 제품을 부각시키기 위해 ‘꼭 찍어주세요’라는 광고카피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투 상품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동양제과의 오리온초코파이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 주요 수출국인 베트남,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유사제품이 쏟아졌다. 가장 극성인 베트남에서는 확인된 유사품만 해도 10여종인데다 저가공세로 밀어붙이고 있어 동양제과측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식음료업계의 베끼기 관행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능성 발효유가 인기를 끌자 한국야쿠르트는 위(胃)를 보호한다는 ‘윌’을 내놓았고 뒤이어 매일유업, 남양유업이 구트, 위력 등을 내놓았다.

미투 상품이 오히려 오리지널 상품을 추월한 사례도 있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탄산음료와 주스음료가 대부분이던 음료시장에서 처음으로 미과즙음료로 도전장을 던진 제품은 남양유업의 니어워터. 하지만 현재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제품은 롯데칠성의 ‘2%부족할때’로 전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업계에서 미투 상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리지널 상품에 미투 상품이 뒤를 이으면서 시장 자체가 커지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 미투 상품이 나오면서 오히려 오리지널 상품의 인기가 오르는 경우도 많아 제품력에 자신 있는 업체는 미투 상품을 오히려 반기기도 한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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