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부터 한국롯데 경영에 참여해 온 신동빈 부회장의 행보는 여전히 신중하다. 그룹에서도 “신격호 회장이 건재한 지금, 후계 운운할 때가 아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 부회장을 둘러싼 최근 몇 년간의 움직임은 조심스럽지만 후계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관측을 낳게 한다.
특히 2000년 신 부회장이 ‘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된 건 적잖은 의미가 있다. 사장단 회의가 없을 정도로 요식 행위를 배격하는 롯데에서 모든 계열사 대표들이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때문에 이를 두고 신 부회장의 후계작업을 위한 ‘땅고르기’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신 부회장은 또 지난해부터 이사급 인사에 상당 부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버지 신 회장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물밑 승계작업’이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 부회장의 대외 활동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아버지와 달리 전국경제인연합회 일에 적극적인 그는 작년 초 전경련 부회장으로 선임돼 전경련의 40대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 지역의 영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급 모임인 아시아경제협의회의 공식회원으로 참여하는 등 국외 활동도 활발하다. 이와 함께 2월21일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세븐일레븐 1000호점 달성 리셉션에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참석하는 등 그룹 내 공식행사를 부쩍 챙기고 있다.
롯데그룹은 친인척의 경영 참여가 다른 그룹에 비해 적다. 현재 롯데그룹에 몸담고 있는 신 회장의 핏줄로는 신 부회장 외에 신준호(辛俊浩·61) 롯데햄·우유 대표이사 부회장, 신영자(辛英子·60) 롯데쇼핑 부사장, 신동인 호텔롯데 경영관리본부 사장(56) 정도.
신준호 부회장은 신 회장의 막내 동생이고 신 부사장은 요절한 첫 부인 노순화씨와의 사이에 낳은 신 회장의 장녀다.
이헌진기자 mung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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