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대기업 리더들⑬]롯데그룹 "스타보다 조직력"

  • 입력 2002년 4월 1일 18시 03분


신동빈 부회장을(사진 맨 앞줄)을 비롯해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설명회가 열렸다.
신동빈 부회장을(사진 맨 앞줄)을 비롯해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설명회가 열렸다.
‘보수적인, 너무나 보수적인, 그러나 튼튼한 회사.’

롯데는 32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8위 그룹이며 계열사마다 한결같이 높은 순익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룹의 규모와 위상에 비해 내부 업무나 경영진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상장 계열사도 4개사에 불과하다.

“고객에게 잘해주는 게 중요하지 사장 얼굴 알려서 뭐하나”라는 신격호(辛格浩) 회장의 경영철학대로 경영자들은 좀처럼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다.

‘스타’ 경영자도 거의 없다. 롯데 측 설명대로 오늘의 롯데는 “한두 사람의 공이 아닌 조직 전체가 만들어낸 힘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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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롯데는 ‘강한 회사’다. 식품 유통 등 진출 분야에선 대부분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차입경영을 멀리해 외환위기 때도 끄떡없었다. 신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는가”라며 독백하는 것이 최대의 질책일 정도. 그런 만큼 여유 속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그룹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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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롯데’를 이끄는 경영진은 하나같이 ‘제2의 신격호’다. 수치에 밝고 꼼꼼하며 철저히 실리를 추구하는 성격들이다.

▽꼼꼼 성실한 관리자들〓롯데의 실적주의는 상고 출신의 경리통과 치밀한 성격의 관리자형 최고경영자(CEO)들이 중용되는 토양이 됐다.

모기업인 롯데제과의 한수길(韓秀吉) 사장은 20년 넘게 경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대표적인 재무통. 말을 아끼지만 회사 자금상황에 대해 끝자리 숫자까지 줄줄 외울 정도로 회사 전반에 대해 꿰차고 있다. 신 회장의 동생인 신준호(辛俊浩) 부회장과 경남고 동창.

이인원(李仁源) 롯데쇼핑 사장은 97년 50대 초반의 나이에 핵심 계열사의 대표 자리에 올라 그룹 안팎을 놀라게 한 주인공. 그만큼 신 회장의 신임이 깊다. 롯데쇼핑의 영업 관리 등 여러 분야를 두루 거친 경력도 화려하지만 ‘의심나면 끝까지 파헤치는’ 철저함으로 백화점 1위 수성과 할인점 마그넷의 약진을 이끌고 있다.

고졸 학력으로 사장에 오른 호텔롯데부산 이종규(李鍾圭) 사장은 주위에서 “수도승 같다”는 말을 듣는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외부손님이 찾아와도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30여년간 받은 월급봉투와 급여지급명세서를 하나도 빠짐없이 3권의 스크랩북에 보관하고 있기도 하다. 97년 롯데삼강 대표를 맡아 부실한 회사를 우량회사로 탈바꿈시킨 공을 인정받아 3월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삼강 이광훈(李光煇) 대표이사 전무는 그룹 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지독한 ‘일벌레’. 그러면서도 ‘마당발’로 관공서 등 대외접촉 창구를 맡고 있다.

호남석유화학 이영일(李英一) 부사장은 한 우물만 판 엔지니어. 회사가 롯데에 인수된 79년 이후 ‘롯데맨’으로 변신해 자기 분야를 계속 지키고 있다.

▽공격경영의 사령관〓롯데 경영진 중 굳이 ‘스타’를 꼽는다면 역시 임승남(林勝男) 롯데건설 사장이다. 64년 대학 졸업반 때 신 회장이 직접 뽑은 4명 중 하나인 그는 스스로를 ‘공채 1기’라고 내세울 만큼 자부심이 강하다. 다른 동기들은 힘들다며 모두 중도 포기했지만 끝까지 남는 끈기를 보여줬다. 79년 인수한 롯데건설에 몸을 담아 중동사업본부장, 잠실 롯데단지, 부산 롯데월드 등 굵직한 건설공사 책임을 맡았다. 98년 롯데건설 사장 취임 후 ‘롯데캐슬’이라는 브랜드로 아파트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호텔롯데 권원식(權元植) 사장은 79년 호텔롯데를 떠나 홍콩에서 호텔 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20여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영업에 전념한 경험을 살려 다소 위축된 롯데호텔의 공격 경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3월 인사에서 CEO로 발탁된 롯데칠성음료 이종원(李鍾元) 전무는 그룹 기조실 감사팀 출신이지만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2% 부족할 때’ 등의 마케팅을 주도하면서 음료업계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800여개의 체인점으로 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를 누르고 있는 롯데리아의 이철우(李哲雨) 부사장은 98년 취임 후 매출액을 두 배 가까이 올려놓는 뛰어난 경영성과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빵 대신 쌀로 만든 ‘라이스 버거’를 히트시키는 등 그의 창의성이 큰 역할을 했다.

▽그룹 참모본부〓호텔롯데경영관리본부는 그룹의 참모본부 내지 기획실 역할을 한다. 사장단 회의가 없을 만큼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가 확고한 롯데에서 계열사간 보이지 않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 소속된 3명의 사장은 10년 이상 호흡을 맞추면서 드러나지 않게 신 회장을 보좌해온 핵심 참모들이다.

기조실장격인 김병일(金炳一) 경영관리본부 사장은 70년대말 호텔 경리과장으로 들어와 20여년간 기조실을 지키고 있다. 98년 사장에 올랐다.

신동인(辛東仁) 사장은 68년 롯데제과에 입사해 75년 롯데건설 기획실장을 지낸 뒤 92년 그룹 기조실로 자리를 옮겼다. 신 회장이 가난했던 어린 시절 도움을 많이 받았던 백부 신진걸씨의 손자.

장잠태(張潛台) 사장은 육군 중령으로 예편해 호텔롯데에 입사, 감사 업무를 맡으면서 줄곧 중용돼 온 인물이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donga.com

롯데그룹을 이끄는 주요 경영인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지
롯데제과사장한수길61경남고-서울대 상대부산
호텔롯데사장권원식67남산고-국민대 경제학서울
〃 경영관리본부사장김병일59대구상고-영남대 경영학대구
사장신동인56부산공고-한양대 기계공학울산
사장장잠태67중앙상고경북 경산
롯데쇼핑사장이인원55경북대 사대부고-한국외대 일본어과경북 경산
롯데칠성음료전무이종원58덕수상고-성균관대 경제학서울
롯데건설사장임승남64경기기계공고-연세대 화공학서울
롯데삼강전무이광훈54목포상고-홍익대 경영학전남 목포
롯데리아부사장이철우59중앙고-서울대 농경제학서울
호텔롯데 부산사장이종규58마산상고경남 창녕
롯데 러시아 현지법인사장장성원71경북고-국학대 경제과대구
신격호 회장 등 대주주 일가 경영진은 제외.
자료: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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