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불공정도 도마에 오른다…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정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리스트는 두 가지 면에서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

과거에는 자산총액 순위대로 30대그룹을 지정했으나 올해부터는 자산 5조원 이상과 2조원 이상으로 나누어 규제대상을 줄였으며, 처음으로 공기업을 여기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공룡급’ 공기업들이 대거 대기업집단 리스트에 포함되면서 민간기업과 똑같은 규제를 받게 됐다. 공기업들이 민간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에 한발 다가선 셈이다.

올해 대기업집단 리스트를 보면 또한 현대 대우의 몰락 등 재계의 판도변화가 두드러진다.

▽공기업도 규제대상으로〓30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근거가 모호한 ‘자산순위’를 토대로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 명백한 자산규모에 근거해 규제를 가하고 공기업을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시장주의’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다.

자산 5조원 이상 출자총액제한 대상에는 한국전력 KT(옛 한국통신) 등 7개 공기업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들은 순자산의 25%를 넘겨 다른 계열사에 출자하는 것이 금지된다.

또 이들 7개 공기업에 자산 2조원을 넘는 농업기반공사 담배인삼공사 등을 포함한 9개 공기업은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이 완전 금지된다.

재계는 공기업 민영화와 맞물린 이번 조치로 그동안 공공연하게 진행돼온 수천억원대 부당 내부거래 등 공기업의 불공정 사례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 규모에 따른 규제를 앞으로는 시장효율을 해치는 행위를 단속하는 동태적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뒤바뀐 재계 판도〓매년 자산규모 1위를 달려온 현대그룹이 13위권으로 주저앉았다. 현대정유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등과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이 떨어져나간 탓이다. 그러나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빼고도 43개 상호출자금지 기업집단에 과거 현대그룹 관련 6개 집단이 끼어 ‘과거의 영화’를 실감케 했다.

삼성은 삼성생명 등 계열사의 자산을 모두 합하면 자산 150조원 규모로 한전을 능가하지만 금융 자회사는 자본금과 자본총액(12월 말 기준) 중 큰 금액만 반영하는 관련 규정에 따라 자산이 72조원으로 줄었다.

한때 ‘5대’를 넘겨보기도 했던 쌍용은 그룹 해체 이후 남은 ㈜쌍용마저 관리절차를 밟고 있어 아예 리스트에서도 빠졌다.

반면 포항제철과 롯데는 각각 9위와 10위의 자산을 가졌지만 우량한 재무구조 덕택에 출자총액 규제를 받지 않게 됐다.

지난해 30대 기업집단에 포함돼 출자총액 규제를 받았던 대림 한솔 동양 효성 제일제당 등 16개 기업집단은 자산이 5조원에 미치지 못해 상호출자 채무보증금지 대상으로만 지정됐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출자총액제한·상호출자 채무보증 금지 대상 기업집단 (단위:조원)
순위	자산총액기준	매출액기준
1	한국전력(90.9)	삼성(128.7)
2	삼성(72.4)	LG(80.0)
3	LG(54.5)	SK(50.3)
4	SK(46.8)	현대차(45.9)
5	현대차(41.3)	현대(36.5)
6	KT(32.6)	한국전력(31.2)
7	도로공사(26.4)	KT(17.0)
8	한진(21.6)	포항제철(16.0)
9	포항제철(20.8)	롯데(15.3)
10	롯데(18.0)	한진(15.2)
11	토지공사(14.9)	현대정유(10.8)
12	주택공사(14.5)	현대중공업(8.5)
13	현대(11.8)	한화(7.8)
14	금호(10.6)	금호(7.8)
15	현대중공업(10.3)	가스공사(7.3)
16	한화(9.9)	동부(6.9)
17	수자원공사(9.5)	신세계(6.1)
18	가스공사(9.1)	두산(6.0)
19	두산(9.0)	대림(5.2)
20	동부(6.1)	제일제당(4.9)
21	현대정유(5.9)	담배인삼공사(4.9)
22	효성(5.0)	동양(4.5)
23	대림(5.0)	효성(4.5)
24	코오롱(4.6)	코오롱(4.1)
25	제일제당(4.3)	토지공사(3.6)
26	동국제강(4.3)	주택공사(3.5)
27	하나로통신(4.2)	현대백화점(3.5)
28	한솔(4.2)	태광산업(3.4)
29	농업기반공사(4.1)	동국제강(2.8)
30	담배인삼공사(4.0)	현대산업개발(2.8)
31	신세계(3.9)	한솔(2.6)
32	동양(3.8)	영풍(2.5)
33	현대백화점(3.3)	도로공사(2.4)
34	현대산업개발(3.0)	대성(2.1)
35	영풍(2.8)	농업기반공사(2.1)
36	대상(2.4)	KCC(2.0)
37	동원(2.3)	대상(1.9)
38	태광산업(2.3)	동원(1.8)
39	KCC(2.3)	동양화학(1.8)
40	동양화학(2.3)	한국타이어(1.7)
41	대성(2.1)	수자원공사(1.3)
42	한국타이어(2.1)	하나로통신(1.0)
43	부영(2.1)	부영(0.7)
합계	611.1	568.5

출자총액제한 대상기업은 현대정유 이상. 이 중 포항제철과 롯데는 부채비율 100%미만으로 제외. 상호출자·채무보증 금지대상은 43개 모두.
자료:공정거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