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붙는 세금은 일반 상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많기 때문에 애주가들은 국가 재정을 튼튼히 하는 데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금연열풍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흔들리는 것만 봐도 기여정도가 적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술 한 병에 붙은 세금은 얼마나 될까〓주세율은 술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현재 세율이 가장 높은 것은 맥주로 100%다.
500㎖짜리 맥주 한 병을 예로 들어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자.
아직 세금계산이 끝난 것이 아니다. 부가세는 공장에서 나올 때만 붙는 것이 아니라 유통단계를 거칠 때마다 계속 늘어난다.
1500원짜리 맥주라면 부가세 총합계는 136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1500원짜리 맥주 한병에 부과되는 세금은 ‘378+114+136’인 628원이다. 맥주값의 42%가 세금인 셈이다.
▽맥주 세율이 위스키보다 높은 이유〓현재 위스키 주세율은 희석식 소주와 같은 72%.
형평성을 고려하자면 위스키가 맥주보다 높아야 한다. 실제로 과거에는 위스키가 높았다.
1974년 위스키 주세율은 맥주보다 100%포인트나 높은 250%였다. 그러던 것이 75년 200%로 떨어졌고 91년에는 150%로 맥주와 같아졌으며 94년에는 120%로 맥주보다 낮아졌다.
이후 맥주 주세율도 97년 130%, 2000년 115%, 2001년 100%로 떨어졌다. 또 위스키는 96년 100%로 내려선 데 이어 2000년 1월 72%로 다시 낮아져 지금과 같은 주세율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위스키 주세율이 빠르게 떨어진 이유는 위스키 생산국들의 통상압력 때문이다.
유럽연합(EU) 등은 소주와 위스키의 주세율 차별에 대한 국제 분쟁에서 일본을 굴복시킨 뒤 1996년 10월부터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소주가 위스키의 경쟁상품이 아니라 주세율 차별은 당연하다고 맞섰으나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패소, 위스키 주세율을 소주와 같은 수준으로 낮췄다.
이런 곡절을 알더라도 맥주도 위스키 만큼은 주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법하다. 정부도 이런 주장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그럼에도 주세율을 낮추지 못하는 것은 맥주가 재정수입에 기여하는 정도가 작지 않기 때문.
▽주세로 얼마나 거둬들이나〓주세징수액(수입분 제외)은 1996년 1조8433억원에서 외환위기를 겪은 97년과 98년 각각 1조8059억원과 1조7399억원으로 줄었으나 99년 1조9101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어 2000년에는 2조1190억원으로 처음 2조원을 넘어섰다. 수입분까지 합하면 모두 2조2542억원. 총세입 가운데서 주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 산업기반이 없던 과거에는 주세의 재정기여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1909년에는 그 비율이 13%였다.
1916년에는 4.3%로 크게 떨어졌으나 1921년 10%, 1925년 25%로 급증한다. 국가가 쓸 돈의 4분의 1을 주세로 거둬들인 것이다.
한편 2000년 주세징수액을 술 종류별로 보면 맥주가 단연 높다. 전체 주세의 절반이 넘는 1조2676억원을 맥주에서 거둬들였다. 희석식 소주는 5209억원으로 맥주의 41.1%, 위스키는 1881억원으로 맥주의 14.8% 수준이었다.
천광암 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