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빅3’ 위스키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토종 업체들의 반격이 강화되고 있는 것. 또 중견 수입업체들의 새 상품도 잇따라 나와 위스키 애호가들의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졌다.
세계 ‘빅3’ 위스키 업체의 한국 시장 쟁탈전은 올해 초 세계 3위 업체인 프랑스 페르노리카가 한국법인인 페르노리카 코리아를 설립함으로써 본격화됐다. 한국은 1인당 알코올 도수 20도 이상 독주(毒酒) 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가장 많아 해외 메이저 업체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1위 업체인 영국 디아지오는 지난해 캐나다 씨그램을 인수하면서 국내 시장 1위를 달려온 씨그램코리아의 조직을 그대로 넘겨받았다.
세계 2위 업체 영국 얼라이드도멕은 진로와의 합작법인 진로발렌타인스를 통해 씨그램코리아와 시장 1, 2위를 다투고 있는 상황. 올해에는 ‘임페리얼’과 ‘발렌타인 마스터스’로 적극적인 수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씨그램코리아는 이 과정에서 ‘알짜’ 브랜드를 페르노리카 코리아에 빼앗겨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요 영업인력이 페르노리카 코리아로 옮겨간 것도 부담스러운 요인.
▼위스키 업체 및 브랜드▼
업체 | 해외모기업 또는 합작사 | 위스키 브랜드 |
씨그램코리아 | 디아지오 | 윈저 |
진로발렌타인스 | 얼라이드도멕 진로 | 임페리얼 발렌타인마스터스 발렌타인17년 |
페르노리카 코리아 | 페르노리카 | 시바스리갈 로열살루트 썸싱스페셜 |
하이스코트 | - | 딤플 |
롯데칠성 | - | 스카치블루 |
리더스위스키 | - | 블루하우스18년 |
메트로라인 | - | 버버리 |
맥시엄코리아 | - | 커티삭 |
씨그램코리아는 이에 따라 수익성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해 반격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말 병 모양을 바꾼 ‘윈저’ 브랜드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윈저’ 브랜드는 씨그램코리아 위스키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얼라이드도멕의 합작법인 진로발렌타인스는 지난달 페르노리카의 국내 진출을 틈타 씨그램코리아를 제치고 시장 선두로 떠올랐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함으로써 위스키 시장의 본격적인 판도 변화를 예고한 것. ‘임페리얼’, ‘발렌타인 마스터스’, ‘발렌타인 17년’ 등 간판 브랜드를 앞세워 영업망을 다질 계획이다.
국내 시장 3위 업체인 하이스코트는 올들어 해외 ‘빅3’업체의 각축전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22%에 이르던 시장 점유율이 다소 주춤하는 상황.
대표 브랜드인 ‘딤플’은 지난해 디아지오와의 재계약으로 향후 10년간의 판매권을 확보했다. 올해 중반에는 17년산 이상의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 장기적으로 토종 업체의 장점을 살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독자적인 고급 위스키 브랜드로 해외업체와 맞대결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롯데칠성은 비약적인 성장으로 위스키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1998년 내놓은 ‘스카치블루’는 지난해 매출이 1100억원으로 전년의 3배 수준으로 뛰었다. 전체 위스키시장의 점유율도 작년 초 5% 수준에서 10% 안팎으로 높아졌다. 98년 위스키 사업에서 손을 뗀 두산의 사업 재개도 새로운 변수. 두산은 위스키사업을 위한 시장조사를 마친 데 이어 상반기중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토종 업체들의 활약에 자극받아 중견 수입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리더스위스키는 영국 인버하우스와 제휴해 ‘블루하우스 18년산’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수입, 시판하고 있다.
메트로라인은 패션 명가 ‘버버리’의 이름을 딴 ‘버버리’ 위스키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버버리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제조사 번스튜어트가 버버리 설립자인 토머스 버버리로부터 상표사용을 허락받아 만든 프리미엄급 위스키다. 이 밖에 맥시엄코리아는 700㎖, 375㎖형에 이어 500㎖형 ‘커티삭’을 내놓고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들은 “올들어 세계 ‘빅3’ 업체가 모두 들어오고 수입업체가 급증해 위스키 시장의 판도가 급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태한 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