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시장은 국내 소주시장의 절반 가까이(44.7%)를 차지하는 핵심시장. 이 지역을 차지하는 업체가 소주업계의 패자(覇者)로 군림해왔다.
현재까지는 수도권 시장의 90%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진로가 맹주인 셈.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알코올도수 22도의 순한 소주 ‘참이슬’이 주력상품이다. 올해 진로는 국내시장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린다는 전략.
진로의 김상수 홍보이사는 “전체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한 업계의 ‘맏형’이 남은 시장을 놓고 싸움을 벌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이미 희석식 소주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시장 외에 중국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시장을 겨냥해 진로의 참이슬은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탤런트 안재욱을 최근 모델로 기용했다. 또 이달중 월드컵을 겨냥한 ‘기념주’성격의 제품을 내놓고 젊은 세대와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계획.
진로가 해외시장 쪽에 집중하면서 수도권에서 2,3위 업체들의 ‘땅따먹기 전략’은 더욱 치열해졌다. 수도권 2위업체인 두산은 작년말 조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산’을 소주시장에 공식입성시킨 뒷심을 이어 영향력을 대폭 늘린다는 것. 그전까지 산소주는 녹차성분 등이 첨가됐다는 이유로 소주가 아닌 ‘일반 증류주’로 분류됐었다.
두산주류BG의 송동수 마케팅담당상무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소주하면 산’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톱스타 장동건을 출연시킨 광고를 집중적으로 선보여 올해 수도권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첨가물이 들어있는 ‘기능성 소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두산측은 송이성분이 들어있는 ‘자연산송이’를 이달 중순 새로 내놓으며 변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계획.
전남지역의 패자 보해양조는 3월들어 상큼한 이미지의 탤런트 겸 가수 장나라를 내세워 단풍나무 수액이 들어있는 ‘잎새주’로 수도권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달부터 수도권의 할인점과 편의점을 파고들기 시작한 보해는 이달부터 음식점 등 업소판매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
보해 관계자는 “한달전 전남지역에서 먼저 선보인 잎새주가 이미 병소주 판매량의 20%인 3000만병이나 팔리는 등 소비자의 반응이 매우 좋다”면서 “이같은 여세를 몰아 수도권 시장을 공략해 월 판매량을 500만병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