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에 투자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연단에서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한국 경제 설명회를 가졌다. 외환위기 이후 성과와 경기 동향을 설명하고 ‘일관성 있는 개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
해외 투자가들은 올해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둔 한국의 경제가 정치바람에 흔들리지 않을지 우려한다. 이런 걱정을 불식시키고 호전되고 있는 경제 사정을 설명해 국가신용도를 높이자는 것이 이날 행사를 만든 목적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한국에서는 진 부총리를 경기지사 후보로 영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민주당 쪽에서 흘러나왔다.
경제부총리가 정치 일정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흔들림 없이 간다고 외국인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바로 그 때에 부총리를 정치에 끌어들이겠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전쟁터에 장수를 내보내 놓고 뒤에서 흔드는 격이라고나 할까.
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진 부총리는 현지에서 출마를 부인하는 회견을 가져야 했다. 다행히 얼마 뒤인 28일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2단계 올리는 조치를 취했다.
진 부총리는 “S&P와 무디스를 만났을 때 정치 일정 때문에 경제 일정이 바뀌는지 묻더라”며 “이에 대해 경제 문제엔 여야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민주당이 좀처럼 그를 놓아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진 부총리의 출마는 외국 투자가들에게는 정치가 경제를 흔드는 대표적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경제부총리가 바뀌면 정책의 변화가 뒤따른다고 보기 때문에 그만큼 불확실성도 높아진다.
국내적으로도 신임 부총리가 일하기에는 1년도 남지 않은 임기가 너무 짧다.
요즘 경제 부처나 재계의 관심은 온통 진 부총리의 출마 여부에 쏠려 있다. 이 자체가 비정상이며 그만큼 경제 총수의 거취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부 고위 관료들 사이에는 과거 정권부터 “장관까지 시켜줬는데 당이나 대통령이 나가라고 하면 별 수 있겠느냐”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장관 자리는 당이나 대통령이 선심 쓰듯 주는 자리가 아니다. 하물며 보은(報恩)하라는 식의 이야기는 국가 요직을 당리당략에 활용하겠다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진 부총리는 평생을 경제 관료로 살아왔다. 일찍부터 능력을 인정받았고 그를 존경하는 후배들도 많다. 부총리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어려운 시기 한국 경제를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 정계에 진출해 스스로 경제를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6월 지방선거에 따른 공직자 사퇴 시한은 14일. 이번 주에 결정이 난다. 잘 지켜볼 일이다.
김상영기자 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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