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 “삼성전자 팔자”…올 순매도 2조원 넘어서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35분


외국인투자자의 삼성전자 순매도가 올들어 2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견인하는 국내 증시도 본격 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8일 2642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올들어 총 2조509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도 1월 최고점 59.99%에서 56.13%로 낮아졌다. 장기 투자자의 이탈 기준으로 보는 55%선이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외국인의 순매도를 바라보는 시장의 관점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단기 급등에 따른 이익 실현 △투자펀드 내 비중 조절 등으로 이해했지만 이제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감소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이종우 미래에셋자산운용 수석연구원은 “사상 최대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1·4분기 실적이 연간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주가수익배율(PER)은 11배에 이른다”며 “실적에 비해 결코 주가가 낮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 주말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가 지지선인 30달러를 무너뜨리며 29.85달러로 내려앉는 등 반도체 업종이 약세인 상황에서 삼성전자만 유독 상승할 이유가 없다는 것.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 부장도 “상반기 실적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하반기 실적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더 이상 주가가 오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홍 부장은 “주가상승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을 만큼 시장이 쉬었다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급상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서명석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외국인의 계속된 매도로 기관과 개인도 더 이상은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영준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2·4분기에 D램가격이 30%가량 하락해도 사상 최대치라는 1·4분기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빨리 주가를 40만원대로 끌어올려 잠시 조정을 받는 것일 뿐”이라며 “외국인 지분의 최저점으로 인식되는 55%까지 150만∼200만주의 물량만 더 소화되면 매도세가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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