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 하는 한국 대기업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인 이들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해당 그룹에 입사한 뒤 한번도 다른 직장에 한눈을 팔지 않았다. 둘째, 전문경영인으로서는 더 이상 올라가기 힘든 정상에 올라섰다. 이들은 또 진주고 동문이기도 하다.
경제계에서 ‘진주고 파워’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진주고는 지방 명문고이긴 하지만 경북고 경남고 부산고 광주일고 대전고 전주고 등에 비하면 일반인들에게 덜 알려진 편. 그러나 주요 기업을 이끌어 가는 적잖은 리더들을 배출했다.
![]() |
대표 주자는 성재갑 회장과 박원배 회장. 성 회장은 LG의 화학 부문 사업을 총괄하고 있고 박 회장은 한화의 석유화학을 포함한 제조 부문 전반의 경영을 지휘하고 있다.
한국전기초자 사장으로 기업구조조정의 성공 신화를 이룬 뒤 올해 동원그룹 계열 이스텔 시스템즈 사령탑을 맡은 서두칠(徐斗七) 사장과 최우석(崔禹錫) 삼성경제연구소 소장도 27회다.
67년에 고교를 졸업한 37회 가운데는 삼성그룹에서 두각을 나타낸 ‘3총사’가 눈길을 끈다. 제진훈(諸振勳) 삼성캐피탈 사장, 이상현(李相鉉)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사장, 박양규(朴亮圭) 삼성네트웍스 사장이 모두 진주고 37회 동기다.
제 사장은 삼성의 대표적인 ‘재무통’ 가운데 한 명이며 박 사장은 정보통신 전문가. 또 이 사장은 삼성의 출세 코스로 불리는 제일모직과 그룹 비서실을 거쳤다.
현재 삼성에는 이들 3명과 최우석 소장 등 4명의 진주고 출신 사장이 있다. 삼성그룹내 45명의 대표이사 부회장과 사장 가운데 진주고 출신은 4명으로 경기고 경남고와 더불어 공동 1위다.
▽손길승 회장 등도 진주고 출신〓27회와 37회 이외의 기수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문경영인으로는 손길승 SK회장과 김승정(金昇政) SK글로벌 부회장, 이수호(李秀浩) LG상사 사장 등이 꼽힌다.
손 회장은 대주주의 친인척이나 ‘창업 공신’이 아니면서 5대 그룹의 총수가 된 첫 전문경영인이자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인물.
김 부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孫炳斗) 상근부회장과 같은 전경련 공채 2기 출신으로 손길승 회장의 추천으로 SK맨이 됐다.
이 사장은 입사 이후 최고경영자(CEO)가 될 때까지 LG상사를 한번도 떠난 적이 없는 ‘한우물 파기’형의 경영인이다.
한편 대기업의 대주주로는 구자경(具滋暻) LG 명예회장과 구자원(具滋元) LG화재 회장 등이 진주고 출신. 구 명예회장은 과거 학제인 5년제 진주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하고는 진주고 출신 오너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최우석 소장은 “진주고 졸업생 가운데 자기 사업을 해 성공한 사람은 드문 반면 전문경영인으로 성공한 사례는 많다”며 “진주 사람들은 매우 우직한 편이라 한 직장에 들어가면 거의 한눈을 팔지 않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으로 성공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