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식품업계 "스타 마케터를 모셔라"

  • 입력 2002년 4월 9일 18시 01분


식품업계에 ‘메뚜기 마케터’가 부쩍 늘었다. 한번씩 자리를 뛰어 옮길 때마다 몸값과 직위도 함께 뛴다. ‘제품기획〓베끼기’ ‘제품판매〓밀어내기’이던 관행이 점차 깨지고 브랜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상품을 낳고 기르고 정리하는 전 과정을 조율하는 마케팅의 위상이 높아진 것. 히트상품 뒤에 숨어 있는 마케터는 스타가 되고 이들에 대한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다.

▽메뚜기 마케터〓제일제당의 영업마케팅 총괄 김진수 부사장은 제일제당 마케팅팀장에서 한국존슨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99년 제일제당으로 돌아왔다. 제일제당 김윤기 상무도 제일제당에서 한국버드와이저를 거쳐 2000년 다시 제일제당으로 돌아온 경우. 능력이 있으면 밖에 나가 몸값을 올려서 돌아오기도 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빙그레에서 ‘메로나’ 등을 히트시킨 송동수 부장은 샘표식품 이사로 자리를 옮겨 ‘숨쉬는 콩된장’을 낳은 후 올해 초 두산의 주류담당 상무가 됐다. 역시 빙그레에 몸담았던 가중현 부장은 올해 2월 웅진식품 이사가 됐으며 홍윤원 팀장, 박상면 팀장, 김인수 부장도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각각 하림 마케팅이사, 제일제당 햇반 마케팅팀장, 두산 종가집김치 마케팅부장이 됐다.

한국P&G 출신의 차석용 현 해태제과 사장은 외국계 투자컨소시엄이 인수한 해태제과의 최고경영자로 영입됐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90년대 중반 제일제당에서 ‘식물나라’ 등을 히트시킨 이해선 현 태평양 전무는 빙그레를 거쳐 98년부터 화장품업체 태평양에서 마케팅을 맡고 있다. ‘참나무통 맑은 소주’의 주역인 최형우 현 두산 상무도 98년 진로에서 경쟁사인 두산으로 옮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빙그레와 한국P&G는 마케터 사관학교〓과거 ‘한국기업 일본 지사의 임무는 일본 제품을 한국에 보내는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신제품〓일제 모방품’이었다. 제품군별로 해당 브랜드의 생성부터 소멸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90년대 중반에야 하나의 추세가 됐다. 명칭도 햇반BM(브랜드 매니징), 아이스크림PM(프로덕트 매니징) 등으로 바뀌었다.

브랜드매니징시스템을 일찍 도입한 빙그레와 한국P&G는 각 사에 마케팅 인력을 공급하는 ‘사관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

빙그레는 88년부터 판매관리 중심의 ‘판촉부’를 각 브랜드관리 중심의 마케팅조직으로 바꿨다. 92년부터 자문교수들의 강의를 듣는 사내 마케팅대학도 운영 중이다.

해태제과 차 사장을 비롯해 코카콜라 신익섭 부장, 국민은행 박경숙 과장, 한국MSD 모진 상무 등의 마케터를 배출한 한국P&G도 해당 브랜드에 대해 브랜드매니저가 책임과 권한을 갖는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회사명보다 각 브랜드명의 인지도가 높을 정도.

전문가들은 마케터 모시기 열풍이 식품업계가 베끼기 관행을 깨고 브랜드 가치에 주력하는 추세를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자칫 마케터들이 제품과 기업가치를 높이기보다 자신의 ‘몸값’ 높이기에 치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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