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본계약 체결의 필수조건으로 내세웠던 단체협약안 개정도 대우차 노조가 한발 양보하면서 노사간에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물론 16일로 예정된 대우차 노조 조합원의 개정안 찬반투표가 마지막 변수로 남아 있긴 하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GM의 대우차 인수 성사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프랑스 르노차의 삼성차 인수에 이어 GM의 대우차 인수가 최종확정되면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와 해외 유력 자동차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힘겨웠던 협상과정〓기업간 대형 인수합병(M&A)은 양해각서(MOU)를 맺고 본계약 체결과정에서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우차도 처음에 미국 포드사가 인수하기로 했다가 철수한 적이 있고 현대투신 쌍용정보통신도 그러했다.
이번 협상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수십년간의 M&A를 통해 커온 GM은 MOU 체결 후 “실사과정에서 추가부실이 발견돼 인수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 한때 매각협상이 좌초될 위기를 겪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인수가격을 지키는 대신 미국 수출용 차량에 붙는 대우차 브랜드를 포기했다.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GM이 당초 인수키로 잠정합의했던 대우차 해외현지법인 24곳 중 14곳을 인수대상에서 제외하는 선에서 협상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GM은 채권단의 장기운영자금 20억달러 대출과 3년간 특별소비세 유예 등 많은 것을 얻어냈다.
인천지역 경제의 최대관심사인 부평공장은 향후 노사분규 발생률이 전세계 GM 사업장 평균치보다 낮고 3년 연속 매출액 증가율이 4%를 넘으면 3년 내에 인수하기로 하는 선에서 협상이 타결됐다.
▽무한경쟁 펼쳐질 국내 자동차시장〓GM의 대우차 인수가 확정될 경우 국내 자동차시장 판도는 큰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현대차(48.6%)와 기아차(27.0%)가 앞서가는 가운데 대우차(11.8%) 쌍용차(7.7%) 르노삼성차(4.9%) 등이 자기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GM-대우차의 시장점유율이 97년 초의 33%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르노삼성차도 올해 중소형 SM3 모델을 내놓는 등 새 차종을 잇따라 투입해 시장점유율을 2003년까지 1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GM과 르노가 국내 시장을 쉽사리 장악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자동차공업협회 측은 “GM은 대우차를 정상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르노도 당분간 SM5 한 차종에 매달려야 하므로 기반 구축에는 시일이 꽤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도 내수에서만은 기술력과 마케팅 어느 쪽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와 기아의 영업망과 개발 차종이 다른 업체보다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어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동맹관계 가속화〓세계 자동차 업계는 △GM, 포드 등 미국 업체 △다임러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피아트, 르노 등 유럽업체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전략 제휴 및 동맹관계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각국의 주요 자동차업체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 시장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에서의 경쟁이 한층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부장은 “자동차산업이 해외자본과 연결된 것은 ‘종속’과 ‘안전판 확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다”며 “부품산업 육성책과 자동차산업의 종합적인 발전계획이 수립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