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경품으로 보는 시대상

  • 입력 2002년 4월 10일 14시 41분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9일부터 1주일간 싱가포르 무료여행권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추첨에 참여한 고객은 무려 약 30만명.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고 여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봄 세일기간에 백화점마다 여행상품이 경품으로 등장했다. 소비 고급화, 건강 레저 붐과 맞물린 건강검진권 패션명품 홈시어터 등도 인기 경품.

일정액 이상을 사면 무조건 주는 사은품과 달리 경품은 고객이 자발적으로 추첨에 참여해야 한다. 사은품은 주로 생필품이지만 경품은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보통 시대상과 사회이슈를 반영해 정한다. 적절한 경품 아이템을 잡아내기 위한 판촉기획팀의 노력도 다양하다.

▽경품으로 보는 시대상=신세계 상업사 박물관에 보관돼있는 과거 광고물과 경품권 등에 따르면 1936년 화신연쇄점은 1원어치 이상 구매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경품으로 황소1마리를 걸었다.

60년대에는 전화기 냉장고 등 기본적인 가전 제품이 인기 경품. 62년에는 일본의 닛산자동차 모델을 따온 새나라 자동차 가 동화백화점의 경품으로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당시는 정부가 닛산에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루머가 떠돌던 때. 화제의 중심이던 이 자동차를 경품으로 걸어 백화점의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었다.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에는 농업 생산성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쌀 한 트럭 을 주는 경품행사도 있었다.

1인당 소득 1만달러 시대 를 자축하던 97년 외환위기 직전에는 레간자 체어맨 엔터프라이즈 등 고급 승용차와 콘도 회원권 등이 경품으로 나왔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미분양 아파트로 고민하던 건설업체와 제휴, 당시 분양가 약1억3000만원의 아파트가 경품으로 나오기도 했으며 2000년에는 증권계좌와 주식도 경품의 하나였다.

최근에는 여가 건강 레저 문화 등이 경품의 테마를 이루는 경향. 일본 벳푸 여행권, 고성 딸기밭 일일여행권, 버버리 핸드백, 플레이스테이션2, 홈시어터, 하와이 여행권, 현금 등이 올해 각 백화점에서 선보인 경품이다.

▽경품 아이템 정하기=백화점이 경품과 사은품에 들이는 비용은 대략 매출의 1∼2% 수준. 지난해 1년간 롯데백화점과 마그넷의 경품 사은품 지출은 약1300억원이었다. 사은품과 경품 비중은 9대1. 롯데백화점 판촉팀의 조용욱 계장은 “경품 행사는 얼마나 시의성 있는 상품과 이벤트를 선정했는지가 관건” 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1년에 2번 30명여명의 고객 모니터를 뽑아 운영한다. 경품 행사 시기가 정해지면 사전에 모니터를 통해 경품 아이템을 추천받고, 행사가 끝나면 모니터들의 평가가 이어진다.

현대백화점은 경품 아이템 선정 전문 업체들에 아웃소싱을 주기도 한다. 또 이번 경품과 사은품 행사에서 고객이 각 물건별로 찾은 빈도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다음 행사 기획에 활용한다.

신세계백화점 판촉팀의 이승희 대리는 “월드컵 등 국가적인 행사로 올해 경품은 국제적인 색채가 짙을 것으로 예상되며 레저 스포츠 문화 건강 테마가 강화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화제의 경품▼

1936년 화신연쇄점 1원어치 이상 구매고객에게 추첨으로 황소1마리

1962년 동화백화점 새나라자동차 (당시 출고가 22만4000원)

1998년 롯데백화점 29평형 아파트 경품에 총 98만명 응모

▼14일까지 진행되는 백화점 경품행사▼

롯데 백화점 : 내점 고객은 누구나 응모 가능.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와 홈시어터 시스템, 하와이 여행권, 일본 유니버셜 스튜디오 여행권, 제주 롯데호텔 숙박권

신세계 백화점 : (강남점) 일본 벳부 여행권 15명 추첨

(강남점) 50만원 이상 고객 선착순 50명, 고성 딸기밭 일일 여행권

현대 백화점 : (본점 무역점 천호점 신촌점) 당일 20만원 이상 구매고객 중 추첨. 베르사체 메두사 커피잔 세트(판매가 100만원 상당)

(미아점) 당일 20만원 이상 구매고개 중 추첨. 베르사체 메두사 커피잔, 버버리 핸드백, 골든듀 진주 목걸이, 캘빈클라인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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