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行長후보 ‘증권맨’ 이강원씨

  • 입력 2002년 4월 10일 21시 54분


공석 중인 외환은행장 후보로 이강원(李康源·51·사진) LG투신운용 사장이 단독 추천됐다.

지난달 40대 홍석주(洪錫柱흥) 조흥은행장이 탄생한 것과 함께 젊고, 전문성을 갖춘 은행장이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아 가는 셈이다.

외환은행 행장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 정문수 위원장은 10일 "금융산업에 대한 전문성, 은행구조개혁에 대한 개혁성, 하이닉스반도체 등 현안 처리능력 등을 고려해 이 사장을 행장으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학자로서 국제금융 연구경험, 아시아개발은행(ADB) 근무를 통한 국제 경험, 증권사 및 투신운용사 경영을 통한 금융시장 이해능력 등 장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11일 행장 추천을 추인하면 12일 이사회를 거쳐 30일 임시 주총에서 은행장에 취임한다.

행추위에 따르면 외국계 컨설팅사가 선정한 100여명의 후보군 가운데 이 사장은 현대증권 최경식 부사장, 한미은행 유재환 전 부행장과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외환은행 주변에선 "학자 출신이지만 최근 10년간 증권 분야에서 일한 이 사장을 후보로 추천한 것은 수익성을 강조하는 '돈 버는 은행'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은행가에서는 "돈버는 감각 없이 훌륭한 경륜만으로 시중은행장에 오를 수 있던 시절은 지나갔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가 취임하면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에 이어 두 번째 증권인 출신 시중은행장이 된다.

부산에 내려가 있던 이 후보는 "(외환은행에 가면)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관치인사 반대'를 외치던 외환은행 노조도 '환영 성명'을 냈다.

이 후보는 그러나 적지 않은 파도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하이닉스반도체 문제를 매끄럽게 마무리해야 한다. 행추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후보가 마이크론과의 협상에서 국제감각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은행 출신이 많아 자부심이 강한 외환은행 조직을 어떻게 장악하느냐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증권과 은행은 다르다"면서 "은행경험이 없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는 서울고,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 및 ABD 연구원을 거쳐 89년부터 대신증권, 기아-포드 할부금융, LG 투자증권 등에서 일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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