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0대 홍석주(洪錫柱흥) 조흥은행장이 탄생한 것과 함께 젊고, 전문성을 갖춘 은행장이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아 가는 셈이다.
외환은행 행장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 정문수 위원장은 10일 "금융산업에 대한 전문성, 은행구조개혁에 대한 개혁성, 하이닉스반도체 등 현안 처리능력 등을 고려해 이 사장을 행장으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학자로서 국제금융 연구경험, 아시아개발은행(ADB) 근무를 통한 국제 경험, 증권사 및 투신운용사 경영을 통한 금융시장 이해능력 등 장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11일 행장 추천을 추인하면 12일 이사회를 거쳐 30일 임시 주총에서 은행장에 취임한다.
행추위에 따르면 외국계 컨설팅사가 선정한 100여명의 후보군 가운데 이 사장은 현대증권 최경식 부사장, 한미은행 유재환 전 부행장과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외환은행 주변에선 "학자 출신이지만 최근 10년간 증권 분야에서 일한 이 사장을 후보로 추천한 것은 수익성을 강조하는 '돈 버는 은행'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은행가에서는 "돈버는 감각 없이 훌륭한 경륜만으로 시중은행장에 오를 수 있던 시절은 지나갔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가 취임하면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에 이어 두 번째 증권인 출신 시중은행장이 된다.
부산에 내려가 있던 이 후보는 "(외환은행에 가면)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관치인사 반대'를 외치던 외환은행 노조도 '환영 성명'을 냈다.
이 후보는 그러나 적지 않은 파도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하이닉스반도체 문제를 매끄럽게 마무리해야 한다. 행추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후보가 마이크론과의 협상에서 국제감각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은행 출신이 많아 자부심이 강한 외환은행 조직을 어떻게 장악하느냐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증권과 은행은 다르다"면서 "은행경험이 없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는 서울고,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 및 ABD 연구원을 거쳐 89년부터 대신증권, 기아-포드 할부금융, LG 투자증권 등에서 일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