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탓에 정부가 경기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는 정책기조의 ‘현상유지’와 ‘탄력대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눈에 띄는 정책변화를 감행하기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현 정책기조 유지한다〓정책조정회의를 마치고 권오규(權五奎)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거시경제 기조의 큰 틀을 유지하되 필요하면 미세조정한다”고 말했다. 전면적인 부양책을 쓰기도, 긴축책을 쓰기도 곤란한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
김영과(金榮果) 재경부 종합정책과장은 “경기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책을 펼치는 ‘경기보정(補正)적’ 거시정책”이라고 풀이했다. 부동산 등 과열부문에 대해선 미시적으로 경기억제책을 쓰겠지만 나머지 부문은 오히려 불을 지피는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정부가 재정자금의 상반기 투입비율을 53%로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2002년 한국경제 전망 부처 및 기관 시 점 성장률 경상수지흑자
(억달러) 소비자
물가실업률 재정경제부 2001년 12월 4%이상 40∼50 3%내외 3.5% 2002년 4월 5%대 〃 〃 〃 한국개발연구원 2001년 12월 4.1% 40 2.6% - 한국은행 2001년 12월 3.9% 50 3.0% 3.5% 삼성경제연구소 2002년 3월 6%내외 61 - - LG경제연구원 2002년 3월 5.0% 54 3.2% 3.4% 국제통화기금 2002년 2월 4.0% 62 2.2% 3.5%
▽불확실한 시장〓정부 정책이 분명한 색깔을 내지 못하는 것은 국내외 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회복 기조를 장담할 수 없고 일본경제의 회복도 여전히 흐릿하다. 국제유가와 엔화 가치도 강세에서 약세로 변하는 등 변화가 잦다.
국내적으로는 부동산경기가 과열조짐을 보이곤 있지만 전반적인 물가 국제수지 실업률 등의 지표는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과열 우려의 진원지인 아파트 경기와 관련, “하반기부터 아파트 값이 상승을 멈추거나 하락할 것”이라는 건설산업연구원의 전망도 나왔다.
수출은 작년 4월부터 급격히 줄어든 반동으로 이달부터 두자릿수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을 보이겠지만 절대액 기준으로는 3월에 이어 하루 6억달러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중장기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2% 줄어든다는 게 산업은행의 조사결과.
▽금리인상 시기에 관심 집중〓정부가 일단 정책기조 현상유지를 결정함에 따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여부가 더욱 관심을 끌게 됐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콜금리 인상을 예상, 대규모 매도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조기인상에 반대하는 전문가도 많다. 5월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하루 전에 열리는 미 통화당국의 금리 결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