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란(洪令蘭·45·사진) 구기동지점장도 31명 중의 한 사람. 충북 청주시 대성여상을 졸업하고 1976년 옛 주택은행에 입행한 후 26년 만이다. 홍 지점장이 맡은 구기동은 서울에서도 부자 동네로 꼽히는 곳이다.
국민은행은 직원 약 2만명, 지점 1015개에 달하는 국내 최대 은행. 여성 지점장은 60명이고 그 중 고졸 출신은 창립 후 지금까지 10명 정도에 불과하다.
“고객 가운데 구기동 평창동 등의 고급 주택에 사는 교수 기업인 작가 전문직 등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평생고객으로 모시겠습니다.”
홍 지점장은 10여개 지점에서 주로 수신업무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300억원의 예금을 유치해 ‘새천년상품 판매왕’에 오를 만큼 영업의 베테랑으로 통한다.
그는 직원 9명에 불과한 ‘미니지점’의 내부를 거실처럼 꾸미고 VIP룸을 만들어 전담직원을 배치하는 등 고객을 위한 변화를 시작했다.
이 지점에서는 한 직원이 예금 대출 수납 등 고객이 원하는 일을 한꺼번에 처리한다.
고객의 특성상 집을 방문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그는 반상회에 참석하고 경조사를 찾아다니는 등 발로 뛰는 영업을 주로 한다. 고객을 만나면 대화내용을 꼼꼼히 기록해 다음에 만날 때 화제로 삼고 있다.
그는 “입행 때 결혼시 퇴직한다는 각서를 냈지만 천직이라고 생각해 직장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주경야독으로 자산관리사와 방카슈랑스 리더가 되기 위한 자격시험을 준비중이다. 골프 종교 등에 대한 지식도 쌓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때 손에 매달리며 출근하지 말라고 떼를 쓰거나 휴일에 ‘우리 엄마’라고 친구들에게 자랑할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여성도 출산 육아 등 어려운 시기만 넘기면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