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은 일요일인 14일 오전 LG투신운용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외환은행이 ‘괜찮은 은행’이란 이미지에 안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책장에서 최근 읽은 책 한 권을 뽑아들었다. ‘괜찮다고 자족하는 순간 최고로부터 멀어져 간다(Good is the enemy of great)’라는 문구에 연필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장사꾼’ 은행장이 취임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달라질까. 그는 벌써 외환은행 간부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미국 웰스파고 은행 홈페이지에서 ‘은행업은 죽었다(banking is dead)’는 글귀를 보고 전적으로 동감했다”고 말했다. 은행이 대출한 뒤 이자를 받는 ‘단순 은행업’은 더 이상 살 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은행원들은 증권 보험사와 경쟁하면서 금융상품을 팔고, 고객의 재산을 관리하는 금융상담사가 되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사장은 “은행원들이 앉아서 도장 찍으며 일하던 시절은 갔다”고 선언했다. 은행원들이 더욱 긴장해야 하며, 열정을 갖고 뭔가 일을 저지르겠다는 자세가 필수적이라는 것. 그는“외환은행원들이 열심히 해 왔겠지만 국내 영업이 공격적이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환은행을 ‘날렵한 코끼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은퇴한 전설적인 경영인 잭 웰치가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춤추는 코끼리’로 부른 데서 착안했다고 했다.
이 사장은 영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의 기업인이 펴낸 자서전은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지만 미국의 경우엔 ‘제일 먼저 팔았다’는 세일즈를 중시하는 가치관의 차이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만드는 것보다 팔아서 이익을 내는 영업 중심주의자의 시각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증권계 출신답게 이 사장은 “주식문화(equity culture)가 빨리 전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원들이 ‘이런 결정이 은행의 가치, 주주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늘 고민하는 훈련을 쌓아야 ‘돈을 버는 은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원 행장 내정자는 이강남(李康男) 금융연수원장의 친동생.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