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국산 프리미엄가전 외제에 압승

  • 입력 2002년 4월 14일 18시 25분


경기 용인시에 사는 주부 조명희씨(38)는 14일 드럼세탁기를 장만하려고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백화점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제너럴일렉트릭(GE) 월풀 밀레 AEG 등 유명 외국산 제품을 사려던 조씨는 한국 제품들이 7.5㎏ 대용량에 소음도 적고, 물이나 전기 소비량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설명을 듣고 한국산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보급형 백색가전에 이어 양문(兩門)형 냉장고나 프로젝션TV 등 프리미엄급 가전제품에서도 국산이 외국산을 눌렀다. 한국업체들은 국내시장에서의 위상강화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산 프리미엄급 가전제품 선전(善戰)〓양문형 냉장고는 1997년 삼성전자가 지펠을, 98년 LG전자가 디오스를 처음 내놓은 이래 GE 월풀 등 세계적인 가전업체를 누르고 지난해 국내 시장의 93%를 한국제품이 차지했다.

1대에 500만∼1000만원 하는 프로젝션TV는 1998년 이전에는 소니 도시바 등이 90% 이상을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한국산과 외국산이 77 대 23 정도로 역전됐다.

국내업체들은 또 올해를 드럼세탁기 시장 공략의 해로 정해 시장점유율을 40%에서 연말까지 65%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DVD플레이어는 한국업체들이 VCR와 결합된 ‘콤보형’을 내놓으면서 해외 트렌드까지 바꾸고 있다.

▽소비자 취향에 맞춘 것이 주효〓외국제품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한국업체들이 선전하는 것은 소비자 요구에 밀착한 제품개발 덕분으로 분석된다.

롯데백화점 본점에만 GE 밀레 AEG 후버 지멘스 등 수십개 업체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나 한국제품에 대한 수요가 더 많다. 이 백화점 가전바이어 이창현(李創鉉)씨는 “소비자들이 처음에는 한국제품을 믿지 않았으나 한국 업체들의 기술이 향상되고, 값은 20∼30% 싸면서도 에너지효율 등이 좋아 점점 한국산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양문형 냉장고는 아파트생활에 맞도록 소음과 전기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냉각기능은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아이보리색이 대부분인 외국제품에 비해 외관도 하늘색 금색 붉은색으로 다양화해 인테리어 기능까지 갖췄다.

드럼세탁기는 5㎏이 주력인 외국제품에 비해 한국 가정에 맞는 7.5㎏대용량을 개발하고, 세탁부터 건조까지 자동화했으며 옷감종류에 따른 세탁코스 다양화 등을 실현했다.

▽세계 가전시장도 공략한다〓한국 가전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12개국에서 양문 냉장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올해는 20개국에서 1등이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토대로 각국의 문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GE 월풀 등 미국업체들과 차별화한다는 전략. 삼성전자 한용외(韓龍外) 사장은 “세계 양문형 냉장고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면서 “2005년에는 100만대를 판매해 양문형 냉장고로만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2004년까지 냉장고 분야에서 GE 월풀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안에 북미를 제외한 세계 냉장고시장을 석권하고 본고장인 북미시장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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