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다고 선언하면서 수많은 지분정리 작업을 해왔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던 그룹의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바뀌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러한 평가는 곧바로 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01년 3월 말∼2002년 3월 말 국내 4대그룹의 시가총액(주식수×주가) 상승률은 삼성 83.7%, LG 218.4%, 현대차 235%, SK 59.0% 등이다. 이 기간에 종합주가지수는 28.8% 올랐다.
투자자들은 영업실적이 최고였던 삼성보다 LG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
▽LG, 지배구조의 클린화〓2000년 말까지만 해도 LG그룹은 증시에서 외면당했다. LG화학 등 주력계열사와 대주주가 비상장계열사 주식을 시장의 평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고팔았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는 계약취소 등을 요구하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그러나 2001년부터 LG화학이 회사분할을 선언하며 지배구조를 바꾸자 1년 동안 시가총액이 1조3100억원에서 4배 수준인 5조2800억원으로 불어났다. 나머지 계열사 주가도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제거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동반상승했다.
LG그룹은 마지막으로 내년 중 LG CI와 LG EI를 통합해 대주주는 통합지주회사만을 지배하는 구조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 이종우 운용전략센터 실장은 “외환위기 전만 해도 기업지배구조는 고려대상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며 “LG그룹이 대표적인 수혜주”라고 말했다.
▽SK, 최태원 회장이 1대 주주로〓최태원 회장은 3월 말 워커힐호텔 지분 40.7%(주당 4만495원)를 계열사인 SK C&C에 넘기고 대신 SK㈜ 지분 5.2%를 받았다. 이로써 최 회장은 SK㈜의 1대 주주로 올라섰다.
SK그룹은 “그동안 비상장사인 SK C&C를 통해 계열사를 간접지배한다는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의 지분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SK㈜ 지분 5%를 가지고 SK텔레콤을 비롯한 수십개의 금융 제조업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것이어서 ‘지분만큼 지배한다’는 원칙을 아직 충족하지는 못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야누스펀드는 99년 장내매입을 통해 SK㈜의 지분을 8%까지 올린 바 있다.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주식 640만주(약 7%)를 팔아 차입금을 갚겠다’는 SK㈜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 그러나 이 약속은 3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고 결국 야누스펀드는 SK㈜ 지분을 팔아 지금은 2%도 안 된다.
대우증권 박영훈 연구원은 “외국인 지분이 낮고 주가상승률이 낮은 것은 정유산업 전망이 좋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경영 및 지배구조의 투명성 문제도 분명히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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