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쓰던 전화기에 저장해 놓은 200여명의 전화번호 목록을 새 전화기로 미처 옮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래처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해 매번 전화번호 수첩을 뒤지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틈나는 대로 중요한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있지만 항상 시간에 쫓기고 자판 입력도 더뎌 이마저도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첨단 입체음향의 컬러단말기가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유씨처럼 불편을 호소하는 모티즌(모바일+네티즌)들이 늘고 있다. 휴대전화 가입 인구가 3000만명을 넘어섰지만 대다수 가입자의 휴대전화 활용은 아직도 음성통화에만 머물고 있는 것. 휴대전화 서비스가 ‘펜티엄4’급이라면 활용수준은 ‘386’급을 맴돌고 있는 셈이다.
휴대전화 전송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첨단 콘텐츠 서비스들이 쏟아지면서 휴대전화를 잘 활용하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간의 ‘모바일 정보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머니 속에 항상 지니고 다니는 휴대전화기를 반쪽만 쓸 것인가, 100% 활용할 것인가. 휴대전화 활용수준을 단번에 ‘펜티엄4’급으로 높이는 활용법을 점검해 본다.
▽전화번호 쉽게 입력하기〓유씨와 같은 경우라면 손쉬운 해결책이 있다. 전화번호부에 데이터를 입력할 때 단말기 자판 대신 PC 자판을 이용하면 편리하고 빠르다. PC에서 데이터를 입력한 다음 데이터를 단말기로 옮기는 방법이다.
반대로 단말기의 데이터를 읽어들여 PC에서 편집할 수도 있다. 단말기를 새로 바꿨다면 이전 단말기의 데이터를 PC에 저장한 뒤 새 단말기로 다시 전송해 전화번호부를 복원할 수 있다.
이처럼 PC에서 작성한 데이터를 단말기로 전송하려면 자신의 단말기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PC에 먼저 설치해야 한다. 또 PC와 휴대전화기를 연결하는 전용 데이터 케이블도 필요하다.
데이터 케이블은 휴대전화 제조사 서비스센터나 전자상가 등에서 3만∼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노트북PC나 데스크톱PC에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의 제품도 나와 있다. PC용 소프트웨어는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PC링크’(www.anycall.com), LG전자의 ‘이지싱크’(www.cyon.co.kr) 등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사진, 영상, 벨소리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단말기를 이동식 모뎀으로 활용하기〓휴대전화기를 노트북에 연결해 이동식 고속모뎀으로 활용할 수 있다. 덕분에 휴대전화와 노트북만 있으면 이동 중에도 고속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필요한 준비물은 노트북과 단말기를 연결하는데 필요한 데이터 케이블. 여기에 휴대전화사의 무선인터넷 포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접속도구를 PC에 설치하면 전화선이나 랜케이블이 없는 곳에서도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인터넷 속도는 ‘CDMA2000 1x’방식이 144Kbps수준으로 전화선 모뎀보다 3배 정도 빠르다. 앞으로 나올 ‘EV-DO’ 방식 단말기를 쓰면 최고 2.4Mbps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다. 다음달 서울 및 수도권에서 EV-DO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KTF는 최근 시연회를 열며 이러한 기능의 단말기를 선보였다.
▽복합기능 단말기 활용하기〓복합기능 단말기를 이용하면 더욱 다양한 휴대전화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기를 내장한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는 대표적인 복합기능 휴대전화 단말기로 꼽힌다. 이러한 PDA폰은 휴대전화기로도 쓸 수 있고 일정관리, 문서작성, 영화나 음악 감상 등 정보기기로도 쓸 수 있다. 휴대전화 기능을 통해 언제든지 인터넷에 접속해 e메일을 주고받고 웹사이트를 검색할 수 있다. 시중에는 싸이버뱅크의 ‘PC e폰’, 제이텔 ‘셀빅XG’, 컴팩 ‘아이팩’, 세스컴 ‘럭시앙폰’ 등 55만∼100만원대의 PDA폰이 다수 나와 있다.
휴대전화기는 차량용 단말기와 연결하면 주행안내시스템이 된다. SK텔레콤의 ‘네이트드라이브’ 서비스는 목적지를 말하면 교통상황을 위성으로 파악해 가장 빠른 주행경로를 휴대전화기 액정화면과 말소리로 안내해준다.
휴대전화기를 교통카드나 신용카드로 쓰는 방법도 있다. LG텔레콤은 휴대전화기에 자석식칩을 붙여 지하철이나 버스요금을 내는 교통카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신용카드칩을 휴대전화기 배터리에 끼워 신용카드나 회원제카드 대신 쓸 수 있는 신형 단말기를 내놓았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