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정보화 한국의 현주소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PC는 부(富)의 상징이자 ‘재산 목록1호’였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3명 중 한 명이 가지고 있는 흔한 물건이 됐다. 가정과 사무실의 초고속인터넷 인구도 800만명 돌파를 앞둬 한국의 정보화 성공은 세계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보화 선진대국으로 우뚝 설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깔려있다.
허술한 정보보안 의식이 그것이다. PC와 인터넷의 보급이 늘면서 컴퓨터 바이러스와 해킹 위협도 커지고 있지만 이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풍조는 아직 성숙돼 있지 못하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해킹이나 바이러스로부터 PC를 보호해주는 백신프로그램의 불법복제율은 70%에 이른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백신프로그램의 주기적인 업데이트는 필수적이지만 대다수 이용자들은 한 번 사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보안의식이 허술하기는 기업도 마찬가지. 작년 한 조사기관이 국내 352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보안솔루션을 도입한 업체는 90개로 25.6%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한국의 전산망이 해외 해커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초고속인터넷망에 연결된 가정의 PC에 담겨있는 정보는 초보 해커조차 쉽게 빼낼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도 있다.
사실 정보 보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컴퓨터에서 나타난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흘러나간 한 가지 정보로 기업은 물론 나라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2002년 4월 현재 정보 보안에 드는 비용을 필수비용으로 여기는 개인이나 기업은 과연 얼마나 될까.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안전불감증이 21세기 경제의 희망인 정보기술(IT) 분야로까지 번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김창원 경제부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