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현대정유 “인천정유 기름 안판다”

  • 입력 2002년 4월 17일 17시 22분


현대정유가 주유소판매망인 ‘오일뱅크’에서 7월부터 자회사인 인천정유(옛 한화에너지)의 기름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식통보했다.

이에 따라 인천정유는 새로운 유통망을 개척하는 한편 현대정유에 대한 법률적 대응도 검토중이다.

현대정유는 “올 6월말까지로 돼 있는 대리점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며 “7월부터는 인천정유의 기름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정몽혁(鄭夢爀) 사장이 지난달 말 직접 전했다”고 17일 밝혔다.

현대정유는 1996년 인천정유로부터 전국 900여개의 주유소망을 갖추고 있는 한화에너지플라자를 인수한 다음 대신 인천정유에 3년간 판매망을 제공한다는 대리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현대정유는 지난해에만 3204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경영상 어려움에 빠지자 수익이 적은 수출물량을 국내 판매용으로 돌리기 위해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천정유는 그동안 하루 생산량 9만배럴 가운데 5만배럴을 현대정유 주유소를 통해 판매해왔으나 앞으로 이 물량을 수출로 돌리거나 국내 수입상에 싼값에 처리하지 않을 수 없어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됐다.

인천정유 관계자는 “현대정유가 주유소 네트워크인 한화에너지플라자는 현대정유에 합병하면서 인천정유 전신인 한화에너지는 합병하지 않고 지분만 인수, 대주주가 된 것 자체가 처음부터 현대정유 측이 알짜 판매시설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계속 협상을 해나가되 법적인 대응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정유는 법정관리를 신청해놓고 있으나 이번 유통망 상실로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질지조차 불투명하게 됐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