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인천정유는 새로운 유통망을 개척하는 한편 현대정유에 대한 법률적 대응도 검토중이다.
현대정유는 “올 6월말까지로 돼 있는 대리점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며 “7월부터는 인천정유의 기름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정몽혁(鄭夢爀) 사장이 지난달 말 직접 전했다”고 17일 밝혔다.
현대정유는 1996년 인천정유로부터 전국 900여개의 주유소망을 갖추고 있는 한화에너지플라자를 인수한 다음 대신 인천정유에 3년간 판매망을 제공한다는 대리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현대정유는 지난해에만 3204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경영상 어려움에 빠지자 수익이 적은 수출물량을 국내 판매용으로 돌리기 위해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천정유는 그동안 하루 생산량 9만배럴 가운데 5만배럴을 현대정유 주유소를 통해 판매해왔으나 앞으로 이 물량을 수출로 돌리거나 국내 수입상에 싼값에 처리하지 않을 수 없어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됐다.
인천정유 관계자는 “현대정유가 주유소 네트워크인 한화에너지플라자는 현대정유에 합병하면서 인천정유 전신인 한화에너지는 합병하지 않고 지분만 인수, 대주주가 된 것 자체가 처음부터 현대정유 측이 알짜 판매시설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계속 협상을 해나가되 법적인 대응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정유는 법정관리를 신청해놓고 있으나 이번 유통망 상실로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질지조차 불투명하게 됐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