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美기업 CFO들 변신중…경영전반 관여 옛말

  • 입력 2002년 4월 17일 17시 48분


미국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변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오른팔 역할을 하며 경영 전반에 대해 관여해오던 CFO가 회계 세무 경리 등 본연의 재무 업무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CFO의 업무영역이 변하고 있는 것은 ‘엔론 사태’를 계기로 기업 재무구조의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 80∼90년대 미 기업 확장기 때 실적 부풀리기 등의 편법도 불사해오던CFO는 엔론사태 이후 투자자 신뢰 회복이 최대 과제로 등장하면서 정확한 재무정보 제공에 관심을 쏟고 있다.

대형 대출 금융회사인 아메리크레디트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재무정보 내용을 강화하고 투자자들의 재무 관련 질문을 처리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등 CFO 담당 업무영역을 크게 바꿨다.

CFO 출신 요건도 변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CFO는 경영 컨설턴트, 증권거래인, 변호사 출신이 주로 담당하며 자금조달, 인수합병 등 핵심경영 전략 수립에 주력해 왔다. 엔론의 CFO였던 앤드루 파스토는 전직 증권거래인이었으며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타이코의 마크 슈워츠 CFO는 컨설턴트 출신. 그러나 최근엔 필립모리스 시어스로벅 힐튼호텔 등 대기업들은 CFO를 경제 및 회계 전공자들로 바꾸고 있다.

이와 함께 CFO 영입 구조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91∼97년 미 기업에서 새로 임명된 2000명의 CFO 중 60%는 외부 인사 출신이었으나 엔론사태 이후에는 내부 인사들 중에서 CFO를 임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모리 대학의 세자드 미안 재무학 교수는 “과거 CFO들은 재무뿐만 아니라 경영까지 통달해야 한다는 ‘슈퍼맨 신드롬’에 시달려 왔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CFO들은 재무구조의 투명성 제고에 주력하는 회사의 ‘양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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