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대기업 리더들(17)]현대중공업그룹 “CEO에 전권을…”

  • 입력 2002년 4월 17일 18시 31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민계식 사장, 김형벽 회장, 최길선 사장(왼쪽부터)이 '영업강화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민계식 사장, 김형벽 회장, 최길선 사장(왼쪽부터)이 '영업강화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나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내 서울사무소에는 대주주인 정몽준(鄭夢準) 고문의 사무실이 없다.

한달에 2, 3차례 잠깐씩 서울사무소에나 들르는 정도인데 굳이 개인 사무실을 둘 필요가 없다는 정 고문의 뜻에 따른 것이다.

1988년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현대중공업을 떠난 정 고문은 대주주로서의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자신은 대주주일 뿐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현대중공업 고위관계자는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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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현대중공업은 전문경영인들이 이끌어 가는 회사다. 과거 현대그룹에 속해 있을 때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계열사들의 부실에 얽매여 있었지만 올 2월말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함에 따라 전문경영인들의 책임경영 체제가 더욱 강화됐다.

이달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15위에 오른 현대중공업 그룹은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현대미포조선,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현대선물 등 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들의 중심에는 역시 현대중공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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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뿌리내린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자(CEO)들〓세계 최대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는 매일 오전 7시 구내식당에서 ‘간부회의’가 열린다.

대부분 가족과 떨어져 울산에서 혼자 사는 임직원들이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하다보니 아예 조찬회의를 정례화시켜 임원들이 크고 작은 현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도록 한 것.

이사급 이상 모든 임원이 참석하는 이 자리는 김형벽(金炯璧) 회장, 최길선(崔吉善) 사장, 민계식(閔季植) 사장 등 현대중공업을 이끌고 있는 3명의 전문경영인이 주재한다.

김 회장은 67년 현대건설 입사 후 조선소 건설현장 등을 누비다 73년 현대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겨 30년 가까이 조선소를 지키고 있다.

82년 지금은 현대중공업의 6개 사업본부 중 하나로 통합된 현대엔진공업의 사장에 오른 뒤 20년 동안 현대중공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최 사장도 7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30년 동안 조선소 현장을 지킨 전형적인 ‘현장통’ CEO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가 넘는 울산조선소 곳곳을 자신의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뚫고 있어 세계 최대 조선소의 CEO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새벽 수영을 통해 체력을 유지한다.

어성준(魚聖俊) 해양플랜트 사업본부 부사장은 72년 입사 이래 대부분의 기간을 해양설비 현장에서 보낸 내로라 하는해양사업 전문가. 96년 수주 당시부터 적자가 예상됐던 브라질 해양플랜트 공사를 따내 중국 조선소에 하청을 준 뒤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현장을 지휘해 큰 수익을 이끌어냈을 정도로 추진력이 강하다.

장명우(張明佑) 해양사업부 생산총괄 부사장과 강수현(姜水鉉) 삼호중공업 조선사업본부 부사장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CEO들이다.

유관홍(柳觀洪) 현대미포조선 사장도 현대중공업에서 현장 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뒤 올 2월 현대미포조선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선박수리 전문업체였던 미포조선을 신(新)조선 전문업체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해외영업통과 관리통 우대〓현대중공업은 매출의 80% 이상을 수출에서 올리고 있어 해외영업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정익영(鄭益永) 부사장은 75년 입사후 99년 엔진사업본부장으로 옮기기까지 24년 동안 선박 영업을 담당했다. 이중 영국 런던에서 12년, 중동에서 3년을 보내 해외 선주업체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다. ‘한번 맺은 인연은 절대로 끊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본부장인 김영남(金永男) 부사장도 호주 시드니지사, 영국 런던지사 등에서 근무하며 탁월한 해외영업 감각을 키워 CEO 반열에 올랐다.

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CEO 자리에 오른 경영자들도 있다.

재무담당 최고경영자(CFO)인 박병기(朴炳琪) 부사장은 회계, 구매, 노무 등 관리 업무를 두루 거친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경영지원본부장인 신명선(申明善) 부사장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노조를 상대해 95년부터 7년간 무분규 기록을 세우고 있다.

▽금융계열사 이끄는 금융전문가 집단〓현대중공업 그룹에 속한 3개의 금융계열사에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금융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이재성(李載星) 현대선물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92년부터 4년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민화(李珉和) 전 메디슨 회장의 매제다.

김재근(金在瑾) 현대기업금융 사장은 20년 넘게 현대종합금융에서 일한 ‘금융통’. 99년 조흥은행-강원은행-현대종금 3자간 합병이후 현대기업금융으로 자리를 옮겨 올 1월 사장직에 올랐다.

박정근(朴定根) 현대기술투자 사장은 한국산업리스를 거쳐 현대종금에서 투자심사부장 등을 지낸 뒤 2000년 3월부터 현대기술투자 사장을 맡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현대중공업 그룹을 이끄는 주요 전문경영인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지
현대중공업회장김형벽67경남고, 서울대 기계경북 김천
사장최길선56군산고, 서울대 조선전북 군산
사장민계식60경기고, 서울대 조선서울
부사장송재병54부산고, 서울대 조선경남 함양
부사장정익영58경북사대부고, 서강대 경영대구
부사장어성준55충주고, 서울대 조선충북 충주
부사장장명우58남해종합고, 부산대 조선경남 김해
부사장김영남57경동고, 서울대 전기서울
부사장박병기56계성고, 연세대 경영경북 경산
부사장신명선57대광고, 연세대 경영서울
현대미포조선사장유관홍57동래고, 성균관대 화학부산
현대선물사장이재성50중앙고, 서울대 경제서울
현대기업금융사장김재근50경북고, 서울대 경제대구
현대기술투자사장박정근54경복고, 서울대 상학서울
대주주인 정몽준 고문은 제외.
자료: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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