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기업 리더들/(17)현대重]“조선업도 디지털산업”

  • 입력 2002년 4월 17일 18시 31분


민계식 사장(좌), 송재병 부사장(우)
민계식 사장(좌), 송재병 부사장(우)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다니다보면 곳곳에서 자동화 기기들이 사람을 대신해 움직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선박건조용 철판을 다양한 크기로 자르고 조립하는 가공공장이나 배의 모양에 맞춰 여러 개의 철판을 용접하는 패널접합공장 등에서 컴퓨터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로봇용접기와 절단기 등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과거 노동집약적이었던 울산조선소를 첨단 자동화 조선소로 만들어가고 있다. 울산조선소는 1974년 준공 당시 3개 도크에서 3만4000여명이 근무했는데 지금은 8000여명이 9개 도크에서 일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에도 R&D 투자 규모를 작년에 비해 32% 늘어난 1154억원으로 잡고 있다.

민계식(閔季植)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R&D분야를 총괄하며 울산조선소를 첨단조선소로 탈바꿈시키는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버클리대와 MIT대에서 각각 조선공학 석사와 박사를 받은 정통 엔지니어 출신. 민 사장은 90년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 부사장으로 들어와 기술개발본부 부사장, 기술개발담당 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최길선(崔吉善)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 자리에 올랐다.

민 사장은 서울대 공대 1학년 시절인 61년 9·28수복기념 마라톤대회에서 ‘맨발의 아베베’와 같이 뛰어 7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베테랑 마라토너. 지난해에도 5차례나 풀코스를 완주했으며, 올 3월 서울 동아마라톤에서도 3시간18분에 풀코스를 뛰었다.

조선사업본부장인 송재병(宋在昞) 부사장도 73년 입사 이래 18년 동안 설계 분야에 몸담았던 대표적인 ‘기술통’ 전문경영인. 입사 직후 핵심간부 후보요원으로 선발돼 영국에서 6개월간 연수를 받기도 했다. 예리한 통찰력으로 선박건조 과정에서 생기는 복잡한 기술적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

이 밖에 현대중공업 기술개발본부에 소속된 정균양(鄭均陽) 선박해양연구소 소장, 김외현(金外鉉) 산업기술연구소 소장, 이충동(李忠東) 기전연구소 소장 등 엔지니어 출신의 차세대 리더들이 각종 R&D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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